文 교육공약에 교육부 '촉각'…교육계도 찬반양론

입력 2017-03-23 16:12
文 교육공약에 교육부 '촉각'…교육계도 찬반양론

교육부 기능축소 가능성 주시…"취지에 동감하지만 구체성 결여" 평가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설승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내놓은 교육공약에 교육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전날 서울 영등포 대영초등학교를 방문해 대학입시를 단순화하고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또 초중등교육은 시도교육청에 완전히 넘기고, 교육개혁 합의 도출을 위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대입과 관련해서는 전형 방법을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 등 세 가지로 단순화하고 수시 비중을 축소하며 모든 대학에 기회균등전형을 의무화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는 문 전 대표가 그간 대담집 등에서 밝혀온 고교 및 대학 서열화 철폐 등 구상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교육계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현재 구도상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가 내놓은 공약인 데다, '평준화'에 방점을 둔 정책 기조가 '수월성'을 내세운 MB와 박근혜 정부의 지난 10년간 정책 기조를 사실상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우선 '교육부 폐지' 혹은 '기능 축소'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문 전 대표가 '교육부 폐지'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초중등교육을 시도교육청에 이양한다는 구상 자체가 교육부 기능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이미 교육부 권한이 많이 축소됐다. 초중등교육 업무의 상당 부분이 시도 교육감에게 이양됐고, 교사 인사권 등도 다 교육감에게 있다"며 "하지만 큰 틀에서 국가가 다뤄야 할 사무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는 부처 존치의 필요성을 포함해 새 정부 혹은 각당 유력 대선 주자 캠프에 건의할 주요 교육 정책을 정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어디에 건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차기 정권의 경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출범하게 되는 탓이다.

교육부의 한 과장은 "과거 같으면 인수위 교육분과가 꾸려져 정리가 됐을 텐데 지금은 문 전 대표 캠프에 우리 의견을 얘기하고 싶어도 누구에게 얘기를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며 "공약의 실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고 토로했다.

입시전문가 A씨는 "문 전 대표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인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교육공약) 총괄로 보인다"며 "그가 차기 정부의 교육부 장관이 될 것이라는 소문도 교육계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표의 공약에 대해 교육단체들은 찬반양론 속에 대체로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져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윤지희 대표는 "방향성은 옳다고 보지만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입시 위주의 후진적 교육을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특히 대학 입시체제 개편 공약이 전혀 구체적이지 않아 다소 실망스럽다"고 평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송재혁 대변인은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외고, 자사고, 국제고 폐지, 학교자치 제도화, 대입 수시 축소 등에는 공감하지만 현행 제도에서 환골탈태하려는 과감한 구상은 미흡해 보인다"고 말했다.

송 대변인은 "대학 서열화와 대입 경쟁 체제를 해소하는 게 한국교육 적폐 청산의 핵심인데, 지역 국립대 육성과 공영형 사립대 전환만으로 서열화가 해소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하윤수 회장은 "교육위원회 설치나 수시 축소, 입시 간소화 등 근본 취지와 의지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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