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정운찬, '非文 후보단일화' 군불때기…대선판 흔들까
대중적 지지 미약한 상황서 '비문 연합'으로 기회 모색
안철수, 연대론에 강한 부정…바른정당은 단일화 우호적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23일 비문(비문재인) 진영후보단일화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의사를 시사하면서 대선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이들은 이날 조찬회동을 한 뒤 대선후보 등록일인 4월 15일 이전까지 후보단일화가 결정돼야 한다는 구체적인 시한까지 언급하며 후보단일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 전 대표는 '비문-비박(비박근혜)'로 대변되는 '비(非)패권지대' 구성에 대해선 여러 차례 언급해왔지만,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아 왔다.
이날 회동은 김 전 대표가 추진하던 '비패권지대' 구상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앞서 김 전 대표가 지난 17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국민의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을 한 테이블로 모아내 국난극복과 개혁을 위한 시국회의'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유 의원 등이 불참하기로 하면서 취소된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남 지사와 정 전 총리 간에 추진되던 '대연정 토론회'도 참여 성원 부족 등의 문제로 무산됐다.
더구나 김 전 대표가 '비패권지대'의 주요 축으로 여겼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각각 경선레이스 스케줄에 돌입하면서 비패권지대 구상은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이었다.
이런 국면에서 장외 세력인 김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후보단일화에 대해 다시 군불을 때기 시작한 것이다.
김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대중적 지지기반이 미약해 독자적인 세력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단일화를 매개로 새로운 판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정 전 총리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과 남 지사, 손 전 대표 등과 연락할 계획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그럴 계획은 없다. 우리끼리 얘기해야지…"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들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경선 이후 후보단일화가 적극 추진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회동 전 기자들과 만나 "대선후보라는 분들이 막연하게 대선 후보만 되면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겠느냐"라며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상황을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때 나라가 정상적으로 가려면 어떻게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서로가 감지하고 알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대선후보들이 단일화 과정에 참여하면 직접 대선후보의 기회를 잡거나 '킹메이커' 역할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직접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그건 상황을 봐야 안다"며 여지를 남겼다.
바른정당은 비문 후보단일화에 대해 호의적인 분위기지만, 국민의당은 내부에서 의견이 갈린 상황이다.
국민의당 경선 레이스 과정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연대론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반면, 손 전 대표와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연대론을 펼치고 있어 누가 대선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향배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가 '정 전 총리와 둘이 만나 뭔 대연합을 하겠느냐'고 하더라. 김 전 대표와는 어제도 통화했다. 조만간 만날 것"라며 대연합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당은 명분과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 업체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통화에서 "후보단일화의 틀이 반문인지 비문인지 개헌인지 틀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제는 연대론과 후보단일화론은 판을 짜려는 사람들보다는 대선후보들이 중심이 돼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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