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위기의 50대 독거남 사회 복귀 돕는다"
김수영 양천구청장, '나비男 프로젝트' 계획 발표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사업에 실패한 뒤 포장마차를 차린 미혼인 A(58)씨는 지난해 포장마차 운영마저 어려워지면서 일용직으로 내몰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통사고를 당하고 노숙 생활까지 하면서 건강이 악화된 A씨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하게 됐다.
다행히 A씨는 양천구 복지망에 포착돼 고시원에 주거를 제공받고 생활용품 후원을 받는 등 맞춤형 지원을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지금은 자활 근로로 택배 일을 시작했고, 청약통장을 개설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23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A씨 처럼 위기를 겪는 50대 독거남의 고독사를 예방하고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나비男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나비(非)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의미다.
김 구청장은 "한번 쓰러지면 재기가 어렵고 패자부활전이 막혀 있는 우리 사회에서 50대 중장년을 위한 관심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50대 독거남 전수조사를 통해 위기 사례를 추렸다"고 말했다.
서울시복지재단 조사에 따르면 2013년 통계기준 서울의 고독사는 모두 162건으로 남성이 85%(137건), 50대가 35.8%(58건)로 가장 많았다. 양천구 고독사 7건 중에서도 남성이 6명, 50대가 35.8%로 최다였다.
양천구는 이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만 50∼64세 남성 1인 가구를 전수조사했다. 총 6천800여 가구 중 문제 소지가 있는 대상은 다시 찾아 복지플래너와 방문간호사 등이 심층 조사를 했다.
이 가운데 지원이 필요한 가구는 5.9%(404가구), 조사를 거부한 가구는 2.9%(198가구), 부재중 가구는 8.4%(576가구) 등으로 나타났다.
김 구청장은 "지원이 필요한 가구에 대한 지원책 마련뿐 아니라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 등으로 조사를 거부한 가구에도 주목하고 있다"며 "은퇴자 등 40명으로 멘토단을 꾸려 이들이 세상과 만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는 먼저 부재자와 조사 거부자에 대한 재방문, 공과금 체납 여부, 전기 등 사용량 등 비교를 통해 거주 여부를 확인하고 지원 대상자인지 끝까지 파악한다.
고·중위험군과 멘토단을 1대 1로 매칭해 친구·이웃·조언가로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한다. 멘토단은 사회 명사나 공무원이 아니라 이들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는 은퇴자나 A씨처럼 재기에 성공한 남성 등으로 꾸린다. 멘토는 구가 선정단을 만들어 선발한다.
구는 복지·의료기관, 소방·경찰서 등 32개 기관으로 '양천 50대 독거남 지원협의체'를 구성해 통합 사례 관리를 진행한다.
또 50대 독거남 복합 전용공간 '재도전지원센터'(가칭)를 설립해 상담과 취업 정보 등을 제공한다.
건강검진, 재취업 지원, 우울증·자살 예방 환경 조성 등 지원도 한다.
구는 이런 과정을 통해 50대 위기 독거남의 사회 복귀를 돕고 도움을 받던 위치에서 도움을 멘토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
김 구청장은 "양천구가 처음 시작하는 이 프로젝트가 나비효과처럼 전국으로 확산하길 바란다"며 "중앙정부도 관심을 갖고 지원책 마련에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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