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부호 리카싱 "中 정부 지지받는 행정장관 후보에 투표할 것"

입력 2017-03-22 23:27
홍콩부호 리카싱 "中 정부 지지받는 행정장관 후보에 투표할 것"

26일 간선제 행정장관 선거…지지율 50% 넘은 존 창보다 中 지지받는 캐리 람 우세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홍콩 최고 부호 리카싱(李嘉誠·88) CK허치슨홀딩스(長江和記實業) 회장이 22일 중국 정부의 지지를 받는 행정장관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친(親)중국파 후보인 캐리 람(林鄭月娥·여) 전 정무사장(총리격)에 대한사실상 지지 의사를 피력했다.

리 회장은 이날 CK허치슨의 실적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 당국과 협력할 수 있고 중국 당국의 신뢰를 얻은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리 회장은 행정장관 선거에서는 중앙 정부의 신뢰를 한 후보가 인기 있는 후보를 이긴다며 홍콩에 안정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과 여성 후보 중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즉답을 피한 채 중국 신화에서 인류를 창조하고 지구를 파괴에서 구하기 위해 하늘을 수리한 여신 누와를 언급했다.

이는 여론 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린 온건 친중파 존 창(曾俊華) 전 재정사 사장(재정장관 격) 대신 중국 지도부가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성 후보 람 전 사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피력한 것이라고 언론이 풀이했다.

람 전 사장은 이달 초 간선으로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위원 1천194명 중 절반에 육박하는 579명의 추천을 받아 후보에 등록하면서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장더장(張德江)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겸 홍콩·마카오업무협조소조 조장이 지난달 초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이 만장일치로 람 전 사장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다른 후보가 당선되면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람 전 사장은 2007년 역사적 부두인 퀸스피어 철거 반대 시위와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시위 등을 강경 진압해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여론 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창 전 사장은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범민주파 선거위원 300여 명의 표와 일부 친중파 이탈표를 합하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관측된다.

창 전 사장은 명보(明報)가 홍콩대에 의뢰해 지난 16∼20일 시민 1천1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절반을 넘는 52.8%의 지지를 얻어 32.1%를 얻은 람 전 사장과 10.1%의 우?힝(胡國興) 전 고등법원 판사를 크게 앞섰으며 최근 범민주파가 시행한 모의 투표에서도 투표 참가자의 91.9%인 5만8천900표를 얻어 1천8표(1.5%)를 받는데 그친 람 전 사장을 압도했다.

감자 칩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콧수염 때문에 '엉클 칩스'란 별명을 가진 창 전 사장은 역대 최장수 재정사장이면서 범민주파에 대한 포용력을 보여 일반 시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선거위원 4분의 3을 차지하는 친중파 사이에서는 인기가 낮은 편이다.

일부에서는 람 전 사장이 당선되더라도 압도적으로 승리하지 못할 경우 5년 전 689표를 얻어 당선된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처럼 강력한 통합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오는 26일 시행되는 행정장관 선거에서는 선거위원 과반인 601표 이상을 얻는 후보가 승리하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재투표가 이뤄진다.

한편, CK허치슨은 작년 순익이 330억 홍콩달러(약 4조7천억 원)을 기록, 전년보다 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청쿵프라퍼티홀딩스(長江實業地産)는 194억 홍콩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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