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징용 조선인 유골 모신 '공양탑' 출입구 완전 폐쇄

입력 2017-03-23 08:01
일본, 강제징용 조선인 유골 모신 '공양탑' 출입구 완전 폐쇄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일본 나가사키시가 강제징용 조선인의 유골을 모신 '다카시마 공양탑'으로 가는 길을 완전히 폐쇄했다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23일 밝혔다.

서 교수는 "지난해 초 공양탑을 방문했을 때에는 출입구에 긴 밧줄을 느슨하게 묶어 '위험' 표시와 함께 여러 개의 나무토막으로 급조한 안내판 2개를 설치해 임시로 폐쇄한 상태였는데, 최근 네티즌의 제보로 확인해 본 결과 완전히 폐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나가사키시는 공양탑 가는 길 입구에 큰 나무막대 3개를 단단히 설치해 아예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게 막아놨으며, 임시로 만들었던 안내판 2개도 동판으로 바꿔 영구적으로 드나들 수 없게 했다.

이를 확인한 서 교수팀은 시에 "왜 출입구를 봉쇄했는지 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누구나 공양탑을 방문할 수 있도록 출입구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시는 폐쇄한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인근 사찰인 금송사(金松寺)로 모든 유골을 다 이전했다"고만 대답하며 연락을 피했다. 시의 대답은 유골이 없기 때문에 공양탑을 개방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서 교수는 금송사 측에 "모든 유골을 다 이전한 게 맞느냐"고 문의했지만, 이 사찰은 다시 "공양탑을 세운 미쓰비시(三菱) 측이 정확히 알고 있다"며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미쓰비시 측도 서 교수팀의 연락에 "나가사키시가 알고 있지 우리는 잘 모른다"고 했다.

서 교수는 다카시마 탄광에서 희생당한 징용자와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탄광에서 죽은 조선인 사망자가 여전히 다카시마 공양탑에 모셔져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는 "일본은 공양탑이 다카시마에서 조선인 강제징용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존재이기에 널리 알려지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양탑은 서 교수와 MBC '무한도전'팀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제작해 방송한 '하시마섬의 비밀'을 통해 국내에 알려져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방송 이후 서 교수팀은 네티즌과 함께 공양탑 가는 길을 재정비해 방문자들의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나가사키시 측은 방송이후 한국 관광객들의 방문이 늘어나자 강제징용 사실이 드러날까봐 두려워 하고 있다"며 "아예 길을 막아 더 이상 자신들의 치부를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기에 폐쇄를 결정한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그는 이번 공양탑 완전 폐쇄 사실을 포함해 아직도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인 하시마 및 다카시마 유적에 강제징용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조차 설치하지 않은 사실 등을 올해 말 유네스코에 낱낱이 고발할 계획이다. 일본은 이들 유적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유네스코에 안내판 설치를 약속했었다.

그는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하시마섬과 다카시마를 방문해 강제징용의 역사왜곡 현장을 사진과 영상으로 모두 담아왔다"며 "일본 정부가 앞으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이런 자료를 유네스코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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