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孫·朴, TV토론회서 패널 '돌직구' 질의에 '땀 뻘뻘'
安 "새정치 100% 부합 어렵지만 많은 노력"…측근 떠난 것엔 "제가 부족한 탓"
孫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떻게 경선 룰 합의하나"…"우리 민주당" 말 실수도
朴 "구속되고 재판받느라 당 대표할 시간 없어"…성평등 질문에 "부끄럽다" 실토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박수윤 기자 = "국민의당이 보여주는 새정치에 부합한다고 보느냐", "민주당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없어서 국민의당에 들어온 것이 아니냐"
국민의당 대선주자들은 22일 토론회에서 질문자로 나선 패널들의 송곳 질문에 시종 진땀을 뺐다.
이날 SBS 목동 사옥에서 열린 SBS·KBS·MBC·YTN 공동중계 합동토론회에서 패널을 맡은 이준한 인천대 교수와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장은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 등 세 주자에게 정책과 공약은 물론 정치이력과 세간의 평가 등 아픈 부분을 사정없이 찔러가며 '돌직구 질의'를 던졌다.
◇ 안철수에 '박근혜 사면'·'의사결정과정'·'새 정치 실현' 등 검증 공세
안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모든 것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역할이 있는 것"이라며 "삼권 분립에 따라 적절하게 행동하면 된다"고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패널이 명확히 답을 달라고 요구하자 "지금 특사 제도가 너무 남용된다는 얘기가 많다. 저도 똑같은 생각"이라고 말했고, 재차 가부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자 "가정이 너무 많다. 실형을 받을지 어떨지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라며 버텼다.
이에 '평소 그런 의사결정과정이 주변인을 답답하게 한다는 평가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고, 안 전 대표는 "어떤 때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부분이 있고 어떤 때는 정말 긴급하게 판단해야 될 부분이 있는 것"이라며 "국민들은 자신들의 일을 열심히 하고 지도자는 제대로 된 산을 올라가야 한다"고 답했다.
정치를 시작한 이후 주변 인물이 많이 떠나갔다는 지적에 대해선 "우선 제가 부족한 탓"이라면서도 "지난 대선 때 함께하셨던 분 중 떠나셨지만 제가 간곡히 부탁하고 함께 얘기를 나누며 다시 뜻을 함께한 분이 굉장히 많다"고 답했다.
안 전 대표의 슬로건인 '새정치'에 국민의당이 부합하느냐는 질문에는 "100% 그렇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 현실정치에는 여러 가지 현실이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나름대로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항변했다.
◇ 손학규, 잦은 탈당 이력·경선 룰 협상·고령 등 지적
손 전 대표는 민주당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없어서 국민의당에 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돌직구' 질문에 "지금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쫓겨나온 당"이라며 "국민의당에 들어가서 외연을 넓혀 개혁세력의 연대 중심이 되고 정권교체의 중심이 돼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발언 도중 "우리 민주당"이라고 말 실수를 했다가 "국민의당"으로 정정하기도 했다.
당 경선 룰 협상에 반발해 불참까지 불사한 것이 구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기본 합의한 것을 뒤집으려 하니까, 마음에 안 드는데 어떻게 경선 룰에 합의하느냐"라며 "그걸 구태라고 말하는 게 구태정치의 틀"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대선주자 중에서 나이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을 거론하며 "중요한 건 나라를 이끌고 갈 비전과 새로운 생각을 갖고 있느냐, 새 시대에 부응하느냐는 것이지 나이가 많다, 정치 오래 한 것은 결코 흠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보다는 차기 리더 육성이 더 적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도 "제가 대통령이 돼서 나라를 제대로 경영할 때 후배들이 보고 '나라를 저렇게 경영하는 거구나, 저런 정치를 배워야겠다' 이러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경기도지사나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것이 너무 오래된 얘기라는 지적에도 "제가 살아온 길"이라며 "복지부 직원들이 20년 전 손학규를 아직 얘기하고 경기도에서도 10년 전 손학규를 아직 말한다"고 답했다.
◇ 박주선, 부의장 재직 성과·늦은 출마 결심·성평등 인식 등 집중 검증
박 부의장은 국회부의장으로서의 성과에 대한 질문에 "현재는 의장단이 합치와 협치를 강제적으로나 주도적으로 끌어낼 수 없다"며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무능한 의장단, 일하지 않는 국회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국민께 죄송할 만큼 성적이 별로 안 좋았는데 대통령이 되면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대통령에겐 예산권과 입법거부권, 정부제안권 등 권한이 있다"고 답했다.
출마 결심이 다른 후보보다 늦었던 것을 놓고 천정배 전 대표의 출마 포기로 급히 결심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잘 익은 정책과 비전을 일궈가며 숨겨놨다가 때가 되면 출마선언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준비했다. 천 후보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다른 두 후보와 달리 당 대표 경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박 부의장은 "맨날 구속되고 재판을 받느라 할 시간이 없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박 부의장은 '정부의 성(性)인지 예산에 대한 이해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 잘 알아듣지 못한 듯 "뭐가 명확하지 않아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또 국회 개헌특위 중 여성의 비율을 묻자 "여성 전용 선거구를 상당히 확대해야 한다"며 동문서답을 하다가 재차 나온 질문에 "부끄럽지만…(모른다)"고 실토했다.
◇ 후보자 상호검증 공세도…마지막엔 서로 칭찬
후보자 서로 간의 검증 공세도 오갔다.
안 전 대표는 손 전 대표의 '공무원 및 공기업 직원 11만명 축소' 공약에 대해 "특정한 연령대에 과도한 고통을 안긴다"고 지적했고, 손 전 대표는 "공공개혁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곳은 잘라내고 안전·보육·교육 등 필요한 데는 늘려나가겠다"고 답했다.
박 부의장은 안 전 대표 측 캠프에 현역의원 여러 명이 참여하는 것을 두고 " '현역의원 줄 세우기'는 안철수 계파가 생겨난 것이 아니냐, 구태정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 전 대표는 "일반적으로 다른 정당들도 보며 캠프별로 현역의원들이 포함돼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현재 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현역의원은 몇 명 안 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마무리 발언에서는 서로를 칭찬하며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안 전 대표는 손 전 대표에 대해 "정말 경륜 많으신 분, 탁월한 업적을 가지신 분"이라고 했고, 박 부의장에 대해서도 "정말 듬직한 분, 아주 고비마다 현명한 판단으로 이끌어주시는 중요한 분"이라고 추켜 세웠다.
손 전 대표는 "박 후보는 오뚝이다. 어려움을 다 딛고 무죄판결을 받았다"며 "안 후보는 미래형 지도자다.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의장은 "손 후보님은 신사 정치인 중 신사다. 본받고 한 번쯤 따르고 싶은 정치인"이라며 "안 후보는 반듯하고 동글한 분이다. 나름대로 내공을 기르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ljungber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