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남벽 탐방로 24년 만에 재개방…모든 코스로 정상 간다

입력 2017-03-22 17:02
백록담 남벽 탐방로 24년 만에 재개방…모든 코스로 정상 간다

도 "무너진 옛 탐방로 일부 우회하는 850m 데크 설치, 내년 3월 오픈"

산악인 "강도 약한 조면암에 데크 얼마나 견딜지 의문"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한라산 백록담 남벽 탐방로가 24년 만에 재개방돼 어느 코스로 등산하든 정상에 오를 수 있게 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백록담 정상 탐방로를 다변화하기 위해 돈내코 코스의 남벽 분기점서 백록담 동릉 정상까지 남벽 탐방로를 내년 3월 1일부터 재개방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성판악 탐방로 쏠림 현상으로 심각한 주차난이 빚어지고 있고, 탐방객 이용 편의시설이 부족한 데다 환경 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숙고 끝에 남벽 탐방로를 다시 개방하기로 했다고 세계유산본부는 설명했다.

다만 등반객으로 인한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탐방로별 휴식년제 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남벽 탐방로가 개방되면 어리목, 영실, 돈내코 코스를 통해서도 백록담 정상까지 갈 수 있게 된다. 현재는 한라산 5개 탐방로 중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로만 정상 등반이 가능하다.

남벽 탐방로는 1986년 개설됐으나 탐방객이 몰리면서 붕괴 현상이 발생해 1994년 4월부터 통제됐다.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 10∼12월 한라산 청정자문단과 지질, 토목, 환경, 식생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기존 탐방로 0.85㎞를 보수하는 방안과 기존 탐방로 중 일부 구간을 우회하는 방안, 남벽 아래서 성판악 탐방로 해발 1천800m 부분으로 1.3㎞를 연결하는 방안에 대한 현지 조사와 안전진단을 했다.

그 결과 기존 탐방로 중 훼손지 복구 구간을 약 50m만 우회하는 두 번째 안으로 하되 전 구간에 폭 2m의 나무 테크를 설치하기로 했다. 나무 데크는 지상으로부터 50㎝를 띄워 설치한다. 남벽 정상에는 백록담 분화구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겸 포토존을 설치한다.

제주도는 서귀포시민의 숙원인 돈내코 탐방로를 2009년 개방했으나 정상 등반을 할 수 없어 이용객이 많지 않자 남벽 탐방로 재개방을 검토해왔다. 도는 2015년 환경부와 협의해 국비 15억원을 지원받아 현재 탐방로를 정비하고 있다.

앞으로 산악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남벽 재개방에 따른 자연환경 영향, 시설 및 안전사고 등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듣고 반영할 계획이다.

김창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남벽 탐방로가 재개방되면 돈내코 코스로도 탐방객이 분산돼 서귀포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뚝 솟은 백록담 남벽, 융단처럼 펼쳐진 산철쭉과 털진달래꽃, 서귀포 해안 절경을 감상하려는 탐방객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산악회 활동을 해온 강정효(52)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백록담의 동쪽은 현무암으로 뒤덮여 있지만 북·서·남쪽은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조면암으로 형성돼 있다"며 "그런 곳에 철제 파일을 박아 나무 데크를 놓았을 때 얼마나 견딜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해 논란도 예상된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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