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前외교차관 "한중 간 비는 오지만 거세지지 않아야"(종합)

입력 2017-03-22 19:15
수정 2017-03-22 19:16
중국前외교차관 "한중 간 비는 오지만 거세지지 않아야"(종합)

방한 왕잉판 前부부장…"중국내 '韓과 준단교' 이상 극단적 발언도"

"韓측 WTO 제소 좋은 아이디어 아냐"…중국측 노력은 언급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방한 중인 왕잉판(王英凡)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22일 한중 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과 관련, "비(한중 갈등)는 이미 내렸지만, 이 비가 점점 거세지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왕 전 부부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사드 배치로 인한 후과는 있겠지만, 그것이 심각하지 않은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양국에 모두 이롭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사드 갈등이 격화돼 한중관계가 근본적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양국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왕 전 부부장은 간담회에서 한국의 양보만 요구했을 뿐, 중국의 무차별적인 사드 보복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추가 조치가 있을 수 있음을 내비쳐 발언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는 "양국 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민의에 대해 중국 정부는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게 유도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역할을 부각하기도 했다.

왕 전 부부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 한국이 중국의 다양한 조치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를 통해 항의하고 제소까지 검토한다고 들었다"면서 "이는 그다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쪽의 행동에 맞춰 상대국이 대응하다 보면 상황이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이미 내리고 있는 비를 더 거센 비로 만드는 것이고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왕 전 부부장은 특히 중국에서 '준단교' 목소리까지 나온다는 우려에 "극단적인 목소리도 분명히 있다"면서 "준단교가 가장 극단적인 발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의 후과가 앞으로 어느 수준까지 진행될지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추가 조치의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사드 배치가 시작된 상황에서 철회 외의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국의 안보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를 확고히 반대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중국 입장에서 이런 쓴 열매(사드 배치)를 억지로 삼키거나 중국 국민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왕 전 부부장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일본-한국-중국 순방 당시 북한에 대해 군사적 옵션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데 대해선 "군사적 옵션은, 전쟁은 절대 안 된다"면서 "전쟁은 우리에게 큰 재앙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어떤 제재·압박을 가하든 따를 수 있다고 말해왔다"면서도 "(제재·압박으로) 북한 정권이 완전히 붕괴되고 항복, 투항하겠나"라고 반문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어 "평화로운 대화를 통한 해결이야말로 유일한 대책이자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이라며 "물론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과의) 협상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일 중국 외교부 정책자문위원회 대표단을 이끌고 3박4일간의 일정으로 방한했다. 일각에서는 전직 중국 고위 당국자의 방한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드 배치와 관련한 '소프트(soft, 부드러운) 여론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대표단은 21일에는 임성남 외교부 1차관 면담했고, 이에 앞서 전직 외교관들로 구성된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국외교협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어 22일 아산정책연구원 비공개 라운드테이블 간담회 자리에서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함재봉 원장과 의견을 나눴다.

왕 전 부부장을 포함한 대표단은 또 이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외교자문단 일원인 석동연 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경력의 위성락 전 주 러시아대사 등 전직 고위외교관과도 면담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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