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디스트였다" 두테르테가 지휘한 킬러의 고백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두테르테는 사람을 죽이는 데서 행복감을 느끼는 인물이었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다바오시 시장으로 재직하던 때 그의 명령에 따라 암살자로 활동한 인물의 증언이 국제사회를 다시 몸서리치게 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직 암살자인 에드거 마토바토가 자신이 몸담았다고 주장한 조직은 '다바오 죽음의 군대'(Davao Death Squado·DDS)였다.
이 조직은 범죄자들을 죽이기 위해 '람바다 보이즈'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자경단, 초법적인 폭력단체로 묘사됐다.
마토바토는 NYT와의 영상 인터뷰를 통해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이 강도, 날치기꾼, 성폭행범 같은 범죄자를 죽이려고 DDS를 조직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테르테가 시장으로 취임한 1988년부터 24년 동안 DDS에서 암살요원으로 일하면서 1천명 이상이 범죄자라는 이유로 살해됐다고 덧붙였다.
마토바토는 이처럼 재판을 받지 않고 강행된 처형은 모두 두테르테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그는 "DDS에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은 두테르테 시장뿐이며 그의 명령 없이는 아무도 죽일 수 없다"며 "만약 살인 명령이 내려졌다면 그의 승인이 떨어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마토바토는 자신도 명령을 받아 50명 이상을 살해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두테르테 시장이 24년간 계속 살해를 지시했다"며 "한 명을 처리할 때마다 6천 페소, 미화로 약 120달러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시체는 바다나 강에 버리거나 다른 도시에 버리는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마토바토는 두테르테를 사디스트(다른 이를 괴롭힐 때 쾌감을 느끼는 사람)로 규정했다.
그는 "두테르테는 진정한 사디스트라서 사람들을 죽였다"며 "그는 살인에 행복감을 느꼈고 진정으로 사람 죽이는 것을 보고 싶어했다"고 주장했다.
뒤늦게 이런 고백을 하는 이유에 대해 "다바오시에서 일어난 범죄행위에 대해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며 "내가 두테르테 밑에서 겪은 일을 다른 사람들은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두테르테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범죄자에 대한 초법적 살해를 독려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작년 6월 두테르테가 취임한 뒤 필리핀에서는 마약 용의자 7천여명이 즉결처형권을 부여받은 경찰이나 자경단에 의해 사살됐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작년 9월 유엔 인권이사회(UNHRC) 회의에서 경찰에 용의자 사살권을 준 것은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끌던 미국 행정부나 국제 인권단체들의 성토도 잇따랐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들어서는 경찰뿐만 아니라 군대까지도 마약 단속에 투입하기로 했다.
앞서 마토바토는 작년 하반기 상원 청문회에서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시장 시절 즉결처형 실태를 폭로한 바 있다.
그는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을 반인륜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마토바토의 변호사 주드 사비오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에 곧 직접 건너가 고발장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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