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추가지원] 프리패키지드 플랜은…빚 줄이고 신규 자금지원도 가능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장점 결합…부도 간주돼 수주 애로·발주 취소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정부는 23일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이해관계자 간 자율적인 채무조정 합의가 불발되면 새로운 기업회생시스템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P-플랜)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대우조선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P-플랜을 적용받는 기업이 된다.
P-플랜은 신규 자금 지원이라는 워크아웃의 장점과 모든 채권자에게 적용되는 광범위한 채무조정이라는 법정관리의 장점을 따온 제도다.
이달 문을 연 회생 법원 설립을 계기로 올해 도입됐다.
기존에 워크아웃은 회생 기업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채무 유예나 출자전환 등으로 기업을 살리는 장점이 있지만, 강제 조항이 없어 자금지원에 동의하지 않은 금융기관은 무임승차할 수 있었다.
반면 법정관리는 모든 채권자의 빚을 강제로 정리할 수 있지만,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P-플랜을 활용하면 채무 조정과 함께 신규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절차는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채권단이 신규자금 지원방안, 채무 조정안 등의 기업회생 계획안을 만드는 순으로 진행된다.
이후 기업을 법정관리에 보내면 법원은 2∼3개월 정도의 단기간에 일률적인 채무조정을 하고 다시 채권단에 보내 신규자금 지원 등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가게 한다.
산은과 수은은 현재 대우조선의 무담보채권 1조6천억원어치를 100%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도 7천억원 규모의 무담보채권의 80%를 출자전환, 20%는 만기연장하기로 어느 정도 합의된 상태다.
문제는 1조5천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이다. 산은은 남은 사채권자들에게 50%는 출자전환, 50%는 만기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채무조정에 합의하지 못하면 P-플랜이 즉시 가동되고, 법원은 채권단을 상대로 일률적으로 채무조정을 진행하게 된다.
이후 부채의 짐을 어느 정도 덜어낸 대우조선은 임금 삭감과 감원 등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산은과 수은은 계획대로 2조9천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해 경영정상화를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대우조선에 곧바로 P-플랜을 적용하지 않고 채권자의 자율적 합의를 통해 채무를 줄이려고 하는 것은 P-플랜으로 가면 사실상 부도 상태로 간주돼 신규 수주는 물론 기존 수주 물량의 발주 취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조선사는 해외 선사나 석유 메이저 등에서 선박·해양 플랜트를 수주하면서 발주사에 선수금을 받는다.
대신 발주사는 나중에 조선사에 문제가 생겨 발주가 취소되면 미리 줬던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수주사에 은행 보증을 요구하는데 이를 선수금 환급보증(RG)이라 부른다.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가면 발주처들은 이를 이유로 대규모 주문 취소가 나올 수 있고, 은행들은 발주처에 대우조선이 받은 선수금을 돌려줘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의 RG는 총 13조5천억원이다.
또 한 번 부도가 난 회사라는 인식으로 향후 신규 수주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일단 자율적 합의 방식을 우선 추진하고 이에 실패할 경우 P-플랜으로 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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