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공대' 투명 수트가 현실로…꿈과 과학을 잇는 'SF'

입력 2017-03-22 07:31
'공각기공대' 투명 수트가 현실로…꿈과 과학을 잇는 'SF'

신간 '슈퍼인간의 탄생'·'SF의 힘'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수트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광학미채'(光學迷彩·Optical Camouflage)로 명명된 기술을 적용하면 사람의 몸이 카멜레온처럼 배경에 융합돼 투명하게 느껴진다. 아직 기술 수준은 초보적이지만 영화가 아닌 현실이다.

이 기술에는 빛의 난반사가 없어 스크린으로 쓸 경우 굴곡진 표면에도 입체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재귀성반사재'가 재료로 쓰인다. 재귀성반사재로 처리된 옷을 입고 그 위에 영사기로 실시간으로 촬영한 배경 영상을 입체적으로 비추면 몸이 사라진 것처럼 투명해 보인다.

이 기술은 마사히코 이나미 도쿄대학 교수가 개발했는데 미국 타임지에 의해 2003년도 '가장 우수한 발명'으로 선정됐다.

유사한 기술이 1995년작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에 먼저 등장했다. 투명 수트를 입은 주인공이 허물을 벗듯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공각기공대'는 할리우드에서 실사영화로도 제작돼 3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광학미채는 '공각기공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마사히코 이나미 교수의 신간 '슈퍼인간의 탄생'(세창미디어 펴냄)에는 광학미채 이야기부터 '증강인간공학'까지 인간의 신체와 관련된 첨단 기술들이 망라돼 있다.

아직은 생소한 증강인간공학은 기계와 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인간이 원래 지니고 있는 운동기능과 감각을 강화하는 연구개발 분야다. 쉽게 말해 인간을 슈퍼맨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저자는 신체와 관련된 각종 기술이 보철에서 증강으로 커다란 방향전환을 하는 중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더 강해지고 커지고 행동범위를 넓히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인 바람과 삶을 즐기려는 오락적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승규 옮김. 212쪽. 1만5천원.



대다수 신기술은 발명가나 과학자의 머리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숙원으로 여겨온 갈망이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현실화된 것이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존재하는 아이디어의 매력적인 원형이 바로 공상과학소설(SF)이다.

신간 'SF의 힘'(청림출판 펴냄)은 허황한 공상을 눈앞의 현실로 바꿔온 SF의 과거와 현재를 소개한다.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가 1914년 '해방된 세계'에서 원자폭탄의 연쇄 핵반응을 다뤘을 때만 해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물리학자들조차 핵폭탄이 가능할 것으로 믿지 않았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1945년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최초의 원폭 실험에 성공했다.

19세기 말 미 해군이 개발한 기계 동력으로 움직이는 잠수함은 앞서 25년 전인 1869년 출간된 쥘 베른의 '해저 2만리'가 모티브가 됐다.

1932년 출간된 올더스 헉슬리의 장편소설 '멋진 신세계'는 오늘날 주목받는 인간복제기술의 기본 원리를 묘사했다. SF 작가 아서 C. 클라크는 1945년 인공위성을 통한 통선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견했으며, 아이작 아시모프는 1950년 '아이 로봇'에 인공지능 자율주행차를 등장시켰다.

과학칼럼니스트이자 SF평론가인 저자 고장원은 SF가 인류 문명의 최전방에서 미래를 짚어보고, 과학기술이 유발한 부조리와 모순을 미래라는 가상현실에 대입해 곱씹어보는 '사고실험실' 역할을 200년 이상 해왔다고 말한다. 460쪽. 1만8천원.

abullap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