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로 보금자리 잃은 장애인 남매 재기 도운 이웃들
집 전소 된 제천 40대 장애인 남매에 온정의 손길 쇄도
(제천=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장애인 가족이 불의의 화재로 삶의 터전을 모두 잃었다가 이웃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재기에 나섰다.
21일 충북 제천시와 제천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뇌병변 2급 장애인인 박모(44·여) 씨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박 씨와 남동생(42)은 아궁이에 불을 지펴놓고 잠이 들었다가 가스통에 연결된 호스에 불이 옮겨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박 씨 남매는 이날 화재로 집이 모두 불에 타 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
둘 다 몸이 불편한 박 씨 남매에게는 날벼락이었다.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박 씨 동생은 곧 고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불이 나기 불과 2주 전에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아픔도 겪어 충격은 더욱 컸다.
아버지 생전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고령의 아버지는 장애가 있었던 데다 치매 증세까지 보여 가족 중에 경제능력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돼 국가에서 지급하는 생계비로 근근이 생활을 꾸려왔다.
화재로 살 길이 더욱 막막해진 박 씨 남매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마을을 비롯해 제천시 차원에서 돕기 운동이 벌어졌다.
이웃들은 마을의 빈집을 깨끗이 수리해 박 씨 남매가 쓸 수 있도록 해줬고 하루가 멀다고 쌀과 반찬 등을 날랐다.
제천시와 각 단체도 냉장고, 세탁기 등을 지원했고, 불을 끄러 가장 먼저 달려왔던 소방관들도 십시일반 성금을 모았다.
한 이웃 주민은 "박 씨 남매의 딱한 사정을 보고 다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조금씩 정성을 모았다"며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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