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추가지원]"부실위험 선반영…채안펀드 시기상조"
"우량·비우량채권 양극화 심화가 더 문제"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회사채시장이 얼어붙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구조조정 방안 채무 재조정 대상에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등 채권단뿐 아니라 회사채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포함돼 손실과 잡음이 불가피해졌다.
시장 일각에선 대우조선 사태로 시장 자체가 냉각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어 '채권시장안정펀드'도 동원될 가능성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23일 금융시장에서 대우조선 부실위험이 이미 선반영된 만큼 정부의 대우조선 구조조정 발표에 따른 시장 경색 등 회사채시장 충격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이미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신용등급을 'B+'에서 'B'로 내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대우조선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는 등 시장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선반영된 재료"라며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이 추진돼도 회사채시장이 받을 충격은 작아 채권시장안정펀드 집행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회사채시장이 얼어붙자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90개 시중 금융회사가 협약을 맺어 펀드 규모를 약정해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집행해 회사채 등에 투자해 금리와 채권 가격을 안정시키는 기능을 한다.
2008년 펀드 조성 당시엔 건설사들의 재무 여건 악화로 은행까지 신용위험에 노출돼 우량 등급 회사채에 일시적인 자금 수혈이 필요했다. 당시 한때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6%에 육박했고 'AA-' 등급 회사채 금리는 연 9% 가까이 치솟았다. 기준금리도 당시 연 4% 수준으로 현재 연 1.25%보다 훨씬 높았다.
남달현 한국금융투자협회 채권부장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5개 기업 회사채 만기 상환을 도울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채권시장안정펀드는 급등 금리 진정 등 채권시장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 조성됐다"며 "최근 미국 금리 인상에도 국내 시장금리는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점진적인 인상 기조를 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6.4bp(1bp=0.01%포인트) 내렸다. 이후 하락세를 유지해온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15일 연 1.759%에서 22일 연 1.663%로 낮아졌다.
시장 참여자들은 채권시장 상황이 2008년 때와 달라 금리는 낮고 유동성도 심각하지 않다며 오히려 우량 등급과 비우량 등급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A' 등급 이하의 비우량 회사채 규모는 15조4천300억원으로 전체 만기채(39조8천999억원)의 38.7%에 이른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이 신용등급이 우량한 회사채만 투자해 'A' 등급 이하 기업들은 사실상 회사채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고 신용등급 'A' 이하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면 양극화 해소 목적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1실장은 "이달까지 기업들이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미리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대부분 'AA' 등급 이상만 조달에 성공했고 A급 이하 기업들과 구조조정 기업들은 발행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 채권시장안정펀드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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