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이스피싱 피해 허위신고 빈발…엄정 대응"

입력 2017-03-21 12:00
금감원 "보이스피싱 피해 허위신고 빈발…엄정 대응"

지급정지 취소해주겠다며 계좌명의인에 합의금 요구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A씨는 은행에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 피해를 봤다며 특정 계좌의 지급정지를 신청했다.

이후 A씨는 계좌명의인들에게 지급 정지된 사실을 알리고 정지를 취소해주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요구했다. A씨가 실제로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이 아니었다.

계좌명의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A씨에게 합의금을 줬다. A씨의 도움 없이 지급정지를 해제하기가 쉽지 않고 인터넷 뱅킹과 자동입출금기(ATM) 사용이 금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16명에게서 모두 1천100만원 뜯어낸 혐의에 최근 경찰에 구속됐다.

금융감독원은 A씨의 사례와 같이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제도를 악용해 허위신고를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허위신고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21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피해 허위 신고는 은행에 전화만 걸어 지급정지를 요청하면 바로 해당 계좌가 지급정지가 되는 반면 지급정지가 된 계좌를 계좌명의인이 해제하기 까다롭다는 점을 노렸다.

계좌명의인은 경찰서에서 사기 계좌가 아니라는 확인서를 받아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지급정지가 풀린다.

계좌명의인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어도 지급정지 기간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을 사용할 수가 없다.

해당 계좌가 상거래에 이용되는 계좌라면 계좌 명의인은 영업상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신고자가 해당 계좌에 입금된 자신의 돈을 달라고 피해구제 신청서를 은행에 제출하면 계좌명의인은 인터넷 뱅킹과 ATM 사용도 금지된다.

단, 신고자가 은행을 방문해 지급정지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하면 지급정지가 바로 해제된다.

계좌명의인들이 허위 신고자의 합의금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4∼2016년 보이스피싱 피해를 이유로 20회 이상 유선으로 지급정지를 신청해 허위 신고자로 의심되는 이들은 모두 70명이고, 이들의 신청으로 지급정지된 계좌 수는 6천922개에 달한다.

100회 이상 지급정지를 신청한 이도 3명 있다. 이들이 지급정지를 신청한 계좌 수는 941개다. 한 명당 평균 310여회 신청한 셈이다.

지급정지를 신청한 계좌 중 신고자가 정식으로 피해구제 절차에 들어간 계좌는 722개(10.4%)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합의금 등을 받고 지급정지를 취소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허위 신고자는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또 사기나 공갈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반복적으로 지급정지를 신청하는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피해구제 신청서 접수 시 피해내역과 신청사유 등을 면밀히 검토하도록 금융회사를 지도하기로 했다.

또 허위신고자에 대해서는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해 금융거래 시 불이익을 받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되면 최장 12년 동안 신규 대출 거절, 신용카드 한도 축소·이용 정지, 신규 계좌 개설 거절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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