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前외교차관, 韓전문가 회동…사드 '소프트 여론전'

입력 2017-03-21 11:00
수정 2017-03-21 16:27
중국 前외교차관, 韓전문가 회동…사드 '소프트 여론전'

왕잉판 中 전 차관, 文캠프 자문단 인사와도 면담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중국의 전직 외교부 고위 인사가 이끄는 대표단이 민간 외교·학술 기관을 상대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와 관련한 '소프트 여론전'에 돌입했다. 접촉 대상에는 유력 대선주자의 외교자문단 소속 인사도 포함됐다.

21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왕잉판(王英凡)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이끄는 대표단은 이날 오전 한국외교협회와 간담회를 갖는다.

이날 한국외교협회 측에서는 일부 임원과 재중 공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대중 외교 전문가들이 다수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양 측은 최근 주한미군 사드 배치 이행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양국 관계가 예민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 세부적인 간담회 주제는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왕 전 부부장이 한중관계 전반에 대한 의견 교환을 위해 방한한 만큼 사드와 북핵을 비롯한 다양한 이슈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왕 전 부부장은 이날 오후에는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찾아 임성남 외교부 제1 차관을 면담한다. 이어 22일에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비공개 라운드테이블 간담회를 진행한다.

22일에는 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외교자문단 일원인 석동연 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경력의 위성락 전 주 러시아대사 등 전직 고위 외교관과도 면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왕 전 부부장은 20일부터 3박4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오는 23일 한국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전직 중국 고위 당국자의 이번 방한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드 배치와 관련한 '소프트(soft, 부드러운) 여론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말 중국 외교부 현직 당국자가 우리 정부의 초청없이 방한, 정치권 요인들을 잇달아 만나가며 사드 여론전을 펴 국내에서 '내정간섭'아니냐는 비판을 야기한 바 있다.

다만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번 왕 전 부부장 방문에서 한국 정치인을 만나는 일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왕 전 부부장은 주유엔 중국대사, 아시아 담당 특사 등을 역임한 중국의 외교 전문가로 중국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2015년 한·중 외교부 공동 주최로 중국 광둥성에서 열린 '한중 1.5 트랙 대화' 당시 중국 측 인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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