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유무역' 양면성…美보호주의뚫기 vs 韓엔 무차별 경제보복
미중정상회담 앞두고 자유무역 강조…롯데 불매·韓관광금지 "WTO 위배"
리커창 "무역마찰 대화로 풀어야"…사드보복 "자유무역과 멀다" 지적나와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 정부가 내달 초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유 무역'을 부쩍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우선주의'를 바탕으로 보호무역을 취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강수를 둘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자유무역주의로 대세를 몰아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그러나, 전례로 볼 때 중국은 폐쇄적인 무역정책을 펴온 국가인데 왜 갑작스럽게 자유무역을 주창하고 외국기업에 공정 기회를 제공하라고 외치는 지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에 무차별 보복 조처를 하는가 하면 한국 관광금지령을 내린 중국의 행태는 자유무역 선도자가 아닌 '철벽 보호주의' 국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중국일보망(中國日報網) 등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진리췬(金立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는 전날 베이징(北京) 조어대(釣魚台)에서 막을 내린 '2017 중국 개발 포럼'에서 자유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선 리 총리는 "무역 마찰을 대화로 풀어야 한다"면서 "중국은 외국 기업들에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주기 위해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경제는 세계 경제와 밀접하게 연계돼있고 중국은 외국 투자자들을 위해 더 많이 개방할 것"이라면서 "세계화 과정에서 모든 국가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무역 마찰과 이견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서비스·제조업·광산업 등 분야에 대해 더 많은 개방을 약속하면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은 동등하게 대우받을 것이며 중국에서 사업하는 외국 투자자들은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보호주의가 대두하면서 세계 경기가 침체했다면서 자유 무역의 중요성을 재천명하기도 했다.
진 총재도 포럼 연설에서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를 조속히 증진해야 한다"면서 "이는 이익을 공유하게 하며 어떤 나라도 뒤처지지 않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화를 통해 많은 국가가 '친(親)시장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막대한 경제적 혜택과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의 최고위 경제분야 당국자들이 이처럼 자유 무역 강조에 열을 올리는 것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규모 대중국 무역 적자 해결을 위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 등의 조처를 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무역 거래는 시장 흐름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가 커진 것일 뿐 중국의 책임은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자유 무역' 논리를 근래 중국이 한국에 휘두르고 있는 각종 경제적 보복 조치와 비교하면 모순이 생긴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28일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부지 결정 후 여행사를 통한 자국인의 한국 여행을 전면 금지했으며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해선 중국 내 사업장에 대한 무리한 긴급 점검을 통해 정상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국 내 한국 업체의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 차별적 조치를 취하는 등 직간접적인 중국의 보복은 자유무역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미국의 경제 보복을 우려해 자유 무역을 강조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으나 한국에 대해 전혀 공정하지 못한 경제적 제재를 하는 걸 보면 자유 무역과는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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