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中군사력에 '저자세' 논란…대법관 "美와 손잡아라"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 행보를 용인하는 태도로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21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안토니오 카르피오 필리핀 대법관은 전날 두테르테 대통령을 향해 국토 수호라는 헌법상의 의무를 상기시키며 남중국해 영유권분쟁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이 남중국해 스카보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암초에 환경 감시소를 짓겠다는 중국의 계획을 필리핀이 막을 수 없다고 말하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필리핀은 지난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국제 중재에서 승소해 중국이 실효 지배 중인 스카보러 해역의 영유권에 대한 국제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의 군사력을 의식해 "중국에 선전포고하면 필리핀이 파괴될 수 있다"며 영유권 주장을 자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카르피오 대법관은 베트남이 최근 중국에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 베트남명 호앙사군도) 해역 크루즈선 운항 중단을 요구한 것을 예로 들면서 "중국에 강력한 공식 항의를 해야 한다"며 "이는 대통령이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카르피오 대법관은 필리핀 해군을 스카보러 해역에 보내 순찰하고 만일 중국이 공격한다면 미국과 필리핀의 방위협정에 따라 미국의 도움을 요청할 것을 주문했다.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남중국해 분쟁해역 합동 순찰을 재개할 것도 요구했다.
지난주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한 게리 알레하노 야당 하원의원은 "대통령이 중국을 화나게 할까 봐 가만히 있다"며 "영토 수호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랠프 렉토 상원의원은 중국을 상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며 외교 채널을 통해 남중국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비판 여론이 일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의 환경감시소 설치 계획이 항해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악화를 막기 위한 행동수칙(COC)을 조속히 만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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