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아이폰과 경쟁할' 새 스마트폰에 투자 포기
'안드로이드' 설립자 루빈에게 1억 달러 투자하려다 백지화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앤디 루빈의 새로운 스마트폰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현지시간) 이센셜 프로덕츠(Essential Products Inc.)에 1억 달러(약 1천118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었던 소프트뱅크가 최종단계에서 투자계획을 백지화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센셜 프로덕츠는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루빈이 새로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루빈은 스타트업인 안드로이드를 설립했다가 2005년에 구글에 매각했으며,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마트폰 운영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해 놓은 뒤 2015년에 구글과 결별했다.
그가 새로 만든 이센셜 프로덕츠는 올 봄에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해 기존 안드로이드폰, 아이폰과 시장 쟁탈전을 벌일 계획이다.
이 회사에는 애플에서 스카우트한 직원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으며, 루빈의 벤처캐피털-인큐베이터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에도 애플로부터 영입한 상품 디자이너, 엔지니어, 하드웨어 프로그램 매니저 등이 일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이센셜에 대한 투자를 포기한 것은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인 손정의 회장의 예측할 수 없는 투자스타일을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비판했다.
손 회장은 1천억 달러 규모의 비전 펀드를 통해 이센셜 프로덕츠에 투자할 계획에 따라 작년 가을부터 협의를 진행해 왔다. 손 회장이 일본에 있는 통신 자회사를 통해 이센셜의 신제품을 대대적으로 마케팅한다는 내용도 협의의 일부였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철회는 애플이 손 회장의 비전 펀드에 10억 달러를 출연하기로 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애플이 직접적으로 소프트뱅크의 이센셜 투자를 막지는 않았지만, 2008년 이후 사업 관계를 유지해 온 애플로부터 출연 약속까지 받은 상황에서 애플의 라이벌이 될 수도 있는 회사에 투자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최근에 미국 통신회사인 스프린트를 220억 달러에, 영국 반도체설계업체인 ARM을 320억 달러에 각각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손 회장은 마지막 악수까지 한 뒤에도 거래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투자 철회가 손 회장의 벤처투자가라는 명성에 상처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su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