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테러 1주년] 끊이지 않는 테러 위협…유럽, 테러의 일상화?
테러 대비태세 '대수술'에도 불안감은 더 커져…테러기법 '고도화'
시리아·이라크 '귀환 지하디스트'에 의한 테러, 새로운 위협 부상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을 강타, 32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지 오는 22일로 1주년을 맞이하지만, 유럽의 테러 공포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 파리를 시작으로 불붙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그 추종자들에 의한 무차별적인 테러는 브뤼셀테러 이후 더욱 기승을 부리는 양상이다.
유럽 각국이 테러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테러 대응 체제를 전면 수술하는 등 '테러 방어벽'을 쌓아 올리고 있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잇따라 터지는 테러로 인해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이라크나 시리아처럼 유럽도 '테러의 일상화'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폭발물이나 총기 테러처럼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전문적인 테러뿐만 아니라 트럭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문명의 이기(利器)를 테러에 악용하는 등 테러수법도 고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 2016년 7월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에서 프랑스 혁명기념일인 '바스티유의 날' 행사가 끝난 뒤 흩어지는 군중을 향해 트럭 한 대가 돌진해 84명이 사망한 테러사건이다.
또 작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19일 독일 베를린에서도 19t 트럭이 크리스마스 시장으로 돌진해 최소 1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모방테러도 이어졌다.
이들 테러의 특징은 테러 경계가 강화되면서 정치적 상징성이 큰 장소나 대상에 대한 테러가 어렵게 되자 무고한 양민과 같은 이른바 '소프트 타깃'을 겨냥한 테러라는 점이다.
'소프트 타깃'을 노린 테러의 경우 적발이 더 어렵고, 일반인의 테러 공포감을 더 조장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IS 추종자들의 소규모 테러도 계속되고 있다.
작년 8월 6일 벨기에 남부 도시 샤를루아에선 경찰의 검문을 받던 30대 남성이 '알라 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경찰관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여성 경찰관 2명이 다쳤다.
이 남성은 벨기에에 불법체류 중이던 알제리 출신으로 테러조직과의 관련성을 드러나지 않았지만 IS는 그를 'IS 전사'라고 추켜세웠다. 자생적 테러, 모방테러를 부추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를 뒷받침하듯 약 한 달 후인 작년 9월에는 브뤼셀 시내에서는 한 남성이 공원을 순찰 중이던 경찰관 두 명에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10월에도 브뤼셀 인근에서 경찰관 2명을 노린 40대 남성의 흉기 테러가 발생했다.
최근 들어서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 조직원으로 활동하다가 유럽으로 돌아오는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 때문에 유럽 전역이 비상이 걸렸다.
대테러당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IS 격퇴전'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전과를 올리면서 이들 유럽 출신 IS 조직원들이 유럽으로 숨어들어 보복테러에 나설 우려가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경찰기구인 유로폴(Europol)은 작년 12월 발표한 테러 관련 보고서에서 "IS나 IS의 사주를 받은 개인이나 단체가 가까운 장래에 유럽에서 새로운 테러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폴은 "몇 개 정보기관의 예상에 따르면 IS의 지령을 받는, 테러공격을 저지를 능력을 갖춘 수십 명이 현재 유럽에 체류하고 있을 수 있다"면서 'IS 격퇴전'에 참가하고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등이 테러의 우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테러 당국에 따르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했거나 활동 중인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는 최대 5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질 드 케르쇼브 EU 대(對)테러조정관은 작년 12월 'EU 내무장관 회의'에 제출한 자료에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가 2천~2천500명에 달한다면서 지금까지 600~1천 명이 전투 중 사망했고, 1천200~1천750명은 유럽으로 귀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 중 다수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상황이 안 좋아서 돌아오는 것이고, 일부는 특별한 임무를 갖고 유럽으로 보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귀환 지하디스트'에 의한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럽 각국은 '귀환 지하디스트'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주변국과 정보 교류를 강화하는 등 테러 경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크고 작은 테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테러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대책도 아울러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서 테러를 저지른 IS 조직원이나 IS 추종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테러범이 되기 전에 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는 사회불만층이나 소외층이 많다는 점에서 '자생적 테러범'을 막기 위해선 이들의 사회적응이나 안정된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내전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피해 유럽으로 건너온 아프리카와 중동 이주민들의 안정적 정착을 돕지 못한다면 유럽 각 나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떠안고 사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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