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터키 난민협정 1년…멈추지 않는 유럽행 난민 행렬(종합)
이탈리아 유입 난민 올 들어 2만 명 육박…작년比 2배가량 증가
로마서 난민위기 당사국 내무장관 회의…伊 "난민위기 해결 위해 공동 노력해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터키가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을 억제하기 위한 난민 송환 협정을 맺은 지 꼭 1년이 지났으나 유럽행 난민 행렬은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20일 지난 주말 동안 지중해 리비아 연안에서 24건의 구조 작업을 펼친 끝에 3천300여 명의 아프리카 난민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 일 내 이탈리아 항구로 이송될 예정이라 올 들어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 수는 벌써 2만 명에 육박하게 됐다. 이 같은 수치는 약 1만2천 명의 난민이 들어온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역대 최다인 총 18만여 명의 난민이 입국한 이탈리아는 최근 리비아와 양해각서를 체결, EU-터키의 난민 송환 협정 이후 주요 난민 이동 통로로 부상한 리비아∼이탈리아로 이어지는 소위 '지중해 중앙 루트' 단속에 나섰으나 현재까지는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탈리아와 리비아의 난민 단속 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유럽행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서 최근 몇 주 간 서둘러 난민선에 올라탄 난민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15년에만 하더라도 그 해 유럽에 들어온 난민 100만여 명 가운데 절대 다수인 약 85만명이 터키∼그리스를 잇는 지중해 동부의 에게 해 루트를 통해 유럽에 발을 디뎠으나, EU-터키 난민 송환 협정 이후에는 이탈리아가 졸지에 유럽행 난민의 최대 관문이 됐다.
난민 위기의 최전선이 되며 정치적·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이탈리아는 이날 로마에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몰타, 슬로베니아, 리비아, 알제리, 튀니지 등 유럽과 아프리카의 난민 위기 당사국 내무 장관이 모인 가운데 회담을 개최, 리비아발 유럽행 난민 차단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회의에 참석한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만 지중해를 통한 난민 유입을 단속할 수 있다"며 2차 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것으로 인식되는 난민 위기에 유럽 각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협력을 촉구했다.
젠틸로니 총리는 "아프리카로부터 유럽으로의 이주는 하루 아침에 마법처럼 사라지지 않으며, 그런 기적을 약속하는 사람은 여론을 호도할 위험이 있다"며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난민 위기로 인한 짐을 나눠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EU는 권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받아들이고, 권리가 없는 사람은 송환하는 방식으로 (난민 위기 대처라는 공동)책무를 부담해야 한다"며 지리적 위치에 따라 소수의 나라만 이런 부담을 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마르코 민니치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이날 회의는 "(난민의 출발지인 아프리카)개발 정책, 국경 통제, 송환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이번 회의로 난민 유입을 둘러싼 공동 대처가 강화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민니치 장관은 또 이날 회의에서 "이탈리아와 리비아가 맺은 최근의 난민 관련 협약에 따라 리비아 해안경비대 90명이 이탈리아 해군 기함에 승선해 훈련을 받았다"며 "이들이 리비아 해안 경비를 위해 배치되는 4월 하순에 맞춰 10대의 해안 순찰용 모터보트도 리비아 측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U와 터키는 작년 3월18일 그리스에 도착한 불법 난민을 터키로 송환하는 대신에 EU는 터키에 경제적인 지원을 늘리고, 터키 국민의 EU 무비자 여행을 보장하는 한편 교착에 빠진 터키의 EU 가입 협상에 속도를 내는 것을 골자로 한 협정을 맺었고, 이 협정은 이틀 뒤인 3월20일 발효돼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들어오는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 난민 수를 크게 줄이는 역할을 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작년 유럽에 도착한 난민 수는 총 36만3천300명으로 전년 100만7천400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최근 네덜란드와 독일 등이 자국 내 터키의 정치 집회를 불허한 것을 계기로 터키와 EU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며 터키 정부가 난민 송환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가운데 인권 활동가들 역시 이 협정으로 그리스와 발칸 반도에서 발이 묶인 난민들의 인도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는 등 협정을 둘러싼 논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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