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갈등에도' 中인터넷방송서 한국어 가르치는 대학생
도유TV 통해 10개월째 교육방송 진행하는 경희대 이찬호씨
"혐한 감정에 욕도 먹었지만…한·중 간 문화 가교 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한국 표준 외모, 표준 발음의 보통 대학생이 표준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곳입니다. 놀러 오세요."
중국 유명 스트리밍사이트인 도유TV(斗, DouyuTV)에서 10개월째 한국어 교육방송을 진행하는 경희대 경영학과 이찬호(23)씨는 2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본인의 방송을 소개했다.
군 제대 후 작년 6월 '내가 좋아하는 한국어를 외국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가볍게 시작한 개인방송이 인기를 끌어 어느새 즐겨찾기 5천명에 육박한 도유TV 교육분야 2위 콘텐츠가 됐다고 한다.
군에서부터 독학으로 배운 중국어라 처음에는 중국어로 방송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매일 사전을 뒤지고 시청자와 실시간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이제는 중국 네티즌과 무리 없이 대화를 나누는 수준이 됐다.
이씨는 "한·중 각종 사이트에 간혹 중국인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개인방송은 있지만 저처럼 한국인이 정기적으로 중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송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1주일에 4회, 오후 11시부터 자정을 넘겨 1시간30분씩 진행하는 방송에 평균 시청자 수는 100여명에 달한다. 일시 접속자가 5천명을 넘은 적도 있었다.
그는 강의에 그치지 않고 고정 시청자 300여명을 모아 중국 SNS 채팅방을 개설했다. 강의 시간 외에도 시청자 질문을 받고 한국어 문법, 맞춤법을 알려주는 '열혈 선생님'인 셈이다.
이씨는 "평소에 친구와 대화하다가도 시청자에게 알려주고 싶은 표현이 생각나면 그때그때 메모한다"며 "질문에 답해주는 식으로 완전 초급자부터 중·고급자까지 아우르며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시청자가 주로 우리 문화에 관심이 많은 20대 대학생으로 이뤄지다 보니 방송 주제는 중국에서 인기인 빅뱅 등 연예인과 탄핵 사태, 최근 사드 배치 문제까지 넘나든다.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극심했던 이달 초에는 '빨리 꺼지라'는 등 욕설이 채팅창을 도배해 진행이 안 될 정도로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는 "이런 주제가 나오면 온라인이지만 공기가 약간 싸늘해진다"며 "계속 욕설이 반복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고정 시청자분들이 욕설하는 사람들을 제지하고 '문명시민으로서 행동하자'고 정화해줘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어 "제 방송을 좋아하는 열린 마음을 지닌 친구들이 훗날 변화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지금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양국 간 문화 가교 구실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다른 게임 방송이나 선정적인 방송과 달리 돈벌이는 거의 되지 않아 이씨의 방송은 '재능기부' 수준이다. 하지만 시청자와 교감하는 재미 때문에 다른 큰일이 생기지 않는 한 방송을 이어간다는 생각이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톱니 바퀴식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언젠가는 중국의 '비정상회담'같은 프로그램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많은 사람에게 한국문화와 이슈를 내 방식대로 설명하고 싶다는 기대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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