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경세 도입 땐 중국 중소업체 수천개 도산 가능성

입력 2017-03-20 17:01
트럼프 국경세 도입 땐 중국 중소업체 수천개 도산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에서 공약한 대로 중국산 상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수천 개의 중국 중소기업들이 도산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물론 미국이 관세를 대폭 인상한다면 그 피해의 상당부분은 애플의 아이폰과 나이키 제품의 하청 생산을 각각 담당하는 폭스콘과 위에 위엔 같은 기업들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의류와 완구, 가정용품 등을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에 미치는 충격은 훨씬 더 클 전망이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이들 중소기업이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이른다.

중소기업들은 국내의 임금 수준이 계속 오르고 직원들의 복리후생과 환경 보호 기준 강화로 비용 압박을 받고 있는 터여서 관세마저 인상된다면 설상가상인 셈이다.

상하이에 있는 컨설팅 회사인 앨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 제조업의 비용은 미국의 85% 수준으로 상승했다. 중국의 2월 생산가 물가는 7.8% 올라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 남부 후이저우에서 조명기구용 유리를 생산하는 바이잔 글래스에겐 관세 인상이 도산을 불러오는 최후의 일격이 될지도 모른다.

이 회사는 용해로 4개 가운데 3개는 이미 멈춰선 상태이고 10년 전 1천명에 달했던 직원은 150명으로 줄어들 만큼 경영 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창업자의 2세인 에릭 리 사장은 지난 9년간 바이잔 글래스 직원들의 월급은 3배가 올랐지만 영업 마진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후이저우의 다른 제조업체들도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JBL와 하만 등에 스피커용 플라스틱 외장재를 납품하는 후이저우 자양 전자공업은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단계적으로 생산라인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10년간 시간당 임금은 3.30위안에서 8.50위안으로 오른 반면에 직원 수는 500명에서 80명으로 줄어든 것이 이 회사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말해준다.

자양 전자공업의 연간 매출은 1천만 위안으로, 2008년의 절반에 불과하다. 보스코 창 사장은 연간 매출의 90%는 대미 수출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미국 하스브로에 완구를 납품하는 룽창 그룹의 경우, 국내의 비용 상승을 피해 모든 생산시설을 인도네시아로 옮겼다. 이 회사의 량린 사장은 관세가 10%만 인상된다고 해도 중국 공장들은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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