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악마·탈북 소녀에 비춰보는 나와 한국사회

입력 2017-03-20 14:42
어린 악마·탈북 소녀에 비춰보는 나와 한국사회

청소년소설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난민 소녀 리도희'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우시락스 바락스 수텐푸아 카당스."

고교생 정하돈은 PC방에서 악마가 흘리고 간 편지를 발견한다. '사랑하는 아낙스'로 시작하는 악마의 연애편지엔 뜻 모를 주문이 적혀있다. 하돈이 편지를 읽는 순간 주문은 머릿속에 입력되고 편지 속 활자들은 사라진다.

작가 박하령의 청소년소설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비룡소)는 악마의 주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판타지다. 학교보다 게임 속 세계가 더 친숙한 정하돈은 편지의 원래 주인인 악마 아낙스를 게임에서 만난다. 중학교 여학생 모습을 한 아낙스는 수련 기간을 거쳐야 악마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어린 악마였고 편지에 적힌 주문은 악마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열쇠였다.

하돈은 매력적인 외모에 가끔 실수도 하는 아낙스가 '여자'로 보인다. 모범생이지만 방 안에 CCTV까지 달아놓고 공부를 강요하는 엄마에게 반항하기 시작한 짝꿍 진유는 악마의 주문이 필요하다며 하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처음엔 선의로 진유를 돕겠다고 나선 하돈은 점점 악마의 유혹에 휘둘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전형적 선악구도에서 벗어난 '인간적인' 악마를 등장시켜 악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아낙스는 하돈에게 말한다. "악마는 따로 있는 게 아니야. 뉴스 봐 봐. 사람들도 얼마든지 악마가 되기도 하고 또 때론 천사가 되기도 하잖아. 그러니 너무 날 낯설어할 필요 없어. 네 안의 누구라고 여겨도 된다구."

제10회 비룡소 블루픽션상 수상작. 232쪽. 1만1천원.

작가 박경희의 '난민 소녀 리도희'(뜨인돌)는 자유를 찾아 여러 나라를 떠도는 탈북 소녀 리도희의 이야기다. 도희는 기자였던 아빠가 정치범수용소에 갇히자 엄마와 함께 북한을 탈출한다. 엄마는 남한에 내려가면 아빠가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며 도희를 혼자 캐나다로 보낸다.

도희는 캐나다에서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하지만 한국 음식점 사장님의 도움으로 머물 곳을 마련한다. 난민 신청은 꼬여만 가고 엄마가 위험에 처했다는 소식마저 들려온다. 도회는 엄마의 행방을 찾아 서울로, 다시 중국 옌지(延吉)로 향한다.

작가는 도희가 3개국을 거치며 마주치는 사건들을 통해 한국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남한의 교육열을 감당하지 못해 도망치듯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 은우, 돈과 외모를 중시하는 남한 사회 분위기에 물들어 성형하고 돈을 쫓는 탈북자 영화. 각자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모두 불안감과 외로움에 삶을 위협받는 '난민'들이다.

"나도 어쩌면 난민인지 몰라. 대한민국에서 도망쳐 와 캐나다 땅을 떠돌며 사는 건 마찬가지니까. 너는 평양에서, 나는 서울에서 왔다는 것만 다를 뿐. 너와 난 난민 공동체인 셈이지."

'하늘꿈학교'에서 탈북 청소년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작가 박경희가 전작 '류명성 통일빵집'에 이어 남북한 청소년들 이야기를 썼다. 180쪽. 1만1천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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