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주차비 내려라" 13살 호주 소년 인터넷 청원 결실

입력 2017-03-20 11:31
"병원 주차비 내려라" 13살 호주 소년 인터넷 청원 결실

"저소득층 착취" 주장에 NSW주 정부, 큰 폭 인하로 호응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남들이 그냥 지나치는 문제를 불합리하다고 판단하고 개선에 나선 호주 소년의 문제의식이 소중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정부는 20일 관할 공립과 민간을 포함한 모든 병원의 주차비를 오는 7월부터 인하하기로 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번 결정으로 병원을 주기적으로 찾는 환자나 보호자들은 주당 주차비를 최대 231 호주달러(20만2천원) 수준에서 10분의 1 미만인 21.20 호주달러(1만8천500원)까지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번 주차비 인하에는 14살 호주 소년이 큰 역할을 했다.

희귀 혈액 질환을 앓는 기돈 굿맨은 어려서부터 병원을 드나들었고, 10살 이후로는 수액 치료를 위해 2주에 한 번 병원을 찾는다.

그와 가족은 의사들로부터 11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정기적인 치료 덕을 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13살이던 지난해, 부모님이 10년간 주차비로만 1만 호주달러(870만원) 이상을 썼다는 말에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신의 부모님은 감당할 만하지만, 저소득층 환자나 보호자에게는 큰 부담이고, 주변 사람의 병문안마저 어렵게 한다는 생각에 미치자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

지난해 굿맨은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질병을 가진 사람을 착취하지 마라. 병원 주차비를 규제하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청원운동을 시작했다.

굿맨은 "내 치료에 걸리는 2시간 30분의 주차비 28 호주달러(2만4천400원)는 국내선 공항 주차장이나 도심지역 주차료보다 비싸다"며 최근 병원 주차비가 또 오른 것이 청원운동의 배경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3년간 병원 주차비는 37%나 올라 인플레이션 상승분의 약 3배에 달한다.

특히 굿맨은 공공병원이 "무상 의료서비스"를 표명하면서도 비싼 주차료를 통해 취약층으로부터 많은 돈을 거둬들이는 행위는 착취라는 주장마저 폈다.

굿맨의 청원운동에는 7만명 이상이 참여하며 응원했다.

글래디스 베레클리지어 주총리는 "사람들이 큰 변화를 끌어냈고, 기돈과 같은 10대가 변화를 이끌어냈다"라며 소년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인정했다.

브래드 해저드 주보건장관은 "장관이 된 직후 소년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며 "주총리와 나는 가능한 한 빨리 개선하기로 하고 주차장 운영업체와 협상을 해왔다"라고 소개했다.

굿맨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라고 이번 결정을 반기면서 1년간 매주 1번 병원을 찾는 사람은 1천600 호주달러(140만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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