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극단적 절세 비판에 세무정보 공개 확산

입력 2017-03-20 13:49
글로벌 기업들, 극단적 절세 비판에 세무정보 공개 확산

금융위기 이어 작년 파나마페이퍼스 영향에 세무 투명성↑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글로벌 대기업들이 2008년 금융위기와 작년 4월 이른바 '파나마페이퍼스'를 통해 극단적인 절세나 탈세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자발적인 세무정보 공개를 확산하고 있다.



영국 휴대통신사 기업 보다폰그룹은 2015∼16년 납세 상황을 자사 사이트 등에서 공개했다. 개요, 국별 납세 상황, 세무방침 등 세 종류의 리포트로 구성하고 있어 100쪽 이상에 달한다.

보다폰 측은 국가별 수입이나 그에 따르는 납세액도 명시하는 등 2013년부터 상세한 보고서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해마다 회사의 세부정보에 대한 새로운 내용을 확충해서 공개하고 있다.

2015∼16년부터는 법인세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룩셈부르크나 조세회피처 활용 실태, 이유 등을 설명하는 항목도 추가했다. 복잡한 납세상황을 주주와 소비자에게도 알리기 위해 공개내용을 늘렸다.

지역별 납세액을 밝히고 있던 영국계 석유 대기업 BP도 2016년 국별 납세액을 추가했다.

식품·일용품기업 유니레버는 납세총액이나 실효법인세율, 지역별 납세 비율 등을 밝히고 있다.

덴마크의 맥주회사 칼스버그는 법인뿐만 아니라 종업원이 납부한 세금 합계액도 명시, "판매상품의 부가가치세까지 포함, 2015년은 납세에 의해 약 6조2천억원을 사회공헌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에 세무정보 공개를 압박하는 것은 기업의 극단적인 절세책에 대한 비판적 국제여론이다. 2008년 금융위기 뒤에 기업의 절세책에 대한 비판여론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2016년 4월에는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가 전세계적으로 공개되면서 글로벌 기업의 극단적인 절세나 탈세 의혹에 대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세무정보 공개에 관한 법정비도 진행되고 있다. 영국은 2016년부터 영국 내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을 하는 기업에는 세무 전략 공개를 의무화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유럽위원회에서도 2016년 4월 대기업에 대해 유럽연합(EU) 역내의 납세액이나 이익, 종업원수 등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새로운 규칙이 제안돼 심의 중이다.

EU의 제안에 대해 국제 과세규칙 공통화를 추진하는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등 세무정보 공개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세무전문가 야마카와 히로키는 "세무방침 등을 대외적으로 확실히 설명하는 것이 세계적인 조류가 되고 있다. 공개범위 논란은 있지만 세무정보공개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개 의무가 없어 세무정보 공개에 소극적이었던 일본기업들도 세무투명성 제고 움직임이 늘었다. 아지노모토, 캐논, 아사히홀딩스, 코니카미놀타, NTT 등이 납세 등에 대한 세무방침을 공개하고 있다.

tae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