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치 美대법관 인준 두고 공화·민주 '힘겨루기' 시작

입력 2017-03-20 11:08
고서치 美대법관 인준 두고 공화·민주 '힘겨루기' 시작

20일부터 청문회 시작…WP "민주당 내부서도 의견 갈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낙점한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상원 인준 청문회가 20일(현지시간) 열린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나흘간 이어지는 청문회에서 본격적인 힘겨루기를 시작한다. 보수 성향의 고서치가 현재 보수와 진보(4 대 4)가 팽팽히 맞선 대법원 이념지형의 저울추를 기울게 할 인사라는 점에서 양당의 불꽃 튀는 공방이 예상된다.

고서치는 콜로라도 주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공화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공화당은 보수 성향의 고서치를 타계한 전임자인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을 이을 적자로 꼽는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마저도 고서치 지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한 일 중에 유일하게 잘한 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민주당은 고서치가 대법관이 되면 대법원이 보수 우위 구조로 바뀌는 만큼 인준 저지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동성결혼 합법화 등 공화와 민주가 첨예하게 대립한 문제가 대법원의 최종 결정으로 가려진 경우가 있었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도 하급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반이민 행정명령'이 대법원의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일단 고서치 지명자의 청문회에서 철저한 검증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뉴욕타임스(NYT)는 고서치가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를 민주당이 청문회에서 평가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또 헌법상 문제를 두고 구체적인 견해를 내놓도록 고서치를 압박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등의 질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고서치가 보수주의적이고 친기업적 판결을 내릴 것을 두고 송곳 질문도 예상된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반대를 뚫고 고서치의 대법관 인준에 사력을 다할 방침이다.

원활한 인준을 위해선 민주당의 '이탈 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법관 인준에는 전체 100명인 상원의원 가운데 6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52석인 공화당만으로는 역부족인 셈이다.

공화당은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10개주의 민주당 의원을 공략하는 방법 등으로 최소 8명의 이탈표 잡기에 나섰다.

민주당이 인준 반대 필리버스터에 나설 경우 이를 저지하려고 해도 6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주당도 마냥 인준 저지를 강행하기엔 정치적인 부담이 있다. 취임 초기부터 '국정 발목잡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무조건 인준 저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지명한 이후 잡음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 상냥한 법조인(고서치)을 인준하는 문제를 두고 민주당 내 의견이 갈린다"고 설명했다.

NYT는 고서치의 인준 청문회를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에는 인준에 방해되지 않게 비키거나 좌절시키는 두 가지 길이 주어졌다"고 설명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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