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외교적 수사는 없다…틸러슨 美국무 돌직구화법 명암

입력 2017-03-20 10:11
수정 2017-03-20 10:17
모호한 외교적 수사는 없다…틸러슨 美국무 돌직구화법 명암

오판 막는 명쾌한 대북메시지 호평…비외교적 화법은 논란 예고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대 외교 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직설화법'에 한국 외교 당국의 희비가 엇갈렸다.

직업 외교관 특유의 모호함도, 정치가의 현란함도 없는 글로벌 기업 경영자 출신 틸러슨 장관의 돌직구 화법은 지난 17∼18일 방한 이후 외교가에 화제가 됐다.

우선 틸러슨의 화법은 대북 메시지의 분명한 전달이란 측면에서 좋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다", "핵무기를 포기해야만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는 등의 대북 메시지에 대해 한 외교부 당국자는 "더 이상 명확할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북미대화에 대한 북한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린' 틸러슨의 이런 발언들은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소식통들은 예상했다.

또 한국, 일본 등 미국과 함께 북한 비핵화 드라이브를 주도하는 나라에게도 미국 외교 사령탑의 분명한 메시지는 미국 정책변화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반면 직설화법의 또 다른 이름은 '비외교적 화법'이기에 필연처럼 외교적 결례 논란도 뒤따랐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8일 미국 인터넷 언론 '인디펜던트저널리뷰'(IJR)와의 인터뷰에서 '피로때문에 한국에서의 만찬을 취소했고,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한국 신문 보도가 있었다'는 질문에 "그들(한국 측)은 우리에게 저녁 초대를 전혀(never)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더 나아가 그는 "마지막 순간에 그들(한국 정부측) 입장에서 (만찬을 하지 않는 것이) 대중에 좋게 비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내가 피곤해서 만찬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중요한 외빈에게 만찬 초청도 하지 않고, 언론의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해명까지 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19일 "긴밀하게 일정을 조율했다"며 "만찬 일정과 관련해서는 의사소통에 혼선이 있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는 등 '비외교적인'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외교적'으로 반박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또 틸러슨은 IJR 인터뷰에서 "일본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our most important ally)", "한국은 동북아시아 안정과 관련해 마찬가지로 중요한 파트너(important partner)"라고 각각 언급하며 미국의 두 동맹이자 역사문제로 상호 갈등하는 한일의 중요도에 분명한 '차등'을 뒀다.

그동안 미국 정부 요인들은 한국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공개적인 발언상으로는 한일 사이에 균형을 취해왔지만 사업가 출신인 틸러슨은 달랐다. "일본은 경제의 규모 때문에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며 이유까지 분명하게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전문가는 20일 "트럼프 정부 인사들의 특징 중 하나는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직설적인 언사를 쓰거나, 외교적으로 말한다고 해도 그 속내를 충분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쉬운 말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어떤 사안을 호도하지 않고 분명한 의도를 전달하는 전형적인 미국인의 소통 방식"이라며 "외교적 수사에 익숙해져온 한국은 물론, 북한이나 중국 당국자들도 틸러슨의 새로운 화법이 생경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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