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족 중미대륙까지 진출했나?…"상왕조 갑골문자 발견"
중미 올멕문명 기원과 관련해 일부 고고학자들 각종 증거 제시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현혜란 기자 = 고대 중국 동북부 지방에 거주하던 동이족(東夷族)이 사용한 상형문자가 북미대륙은 물론 멕시코 등지에서도 발견돼 이들이 오래전에 중미로 건너간 게 아니냐는 가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동이족의 중미 진출설을 제기하는 학자들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중 하나인 올멕 문명에 대한 연구 과정에서 기존 통설과는 다른 새로운 대안이론을 제기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올멕 문명은 기원전 12세기에서 서기 2세기경을 전후로 해서 멕시코 동쪽의 멕시코 만과 중미를 중심으로 발달한 것으로, 메소아메리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으로 평가된다.
이런 가설을 가장 먼저 제기한 학자는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유명 고고학자였던 베티 메거스 여사였다. 메거스 여사는 1975년 올멕 문명이 기원전 1천200년경 중국 상(商) 왕조의 영향을 받아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상왕조는 기원전 1600~1046년에 존재했던 고대 중국 왕조로서, 동이족의 일파로 분류된다.
뒤이어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대학 교수였던 마이크 쉬(Mike Xu) 박사가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할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동이족의 중미 진출설은 학계의 관심을 받게 됐다.
중국 상하이 태생인 마이크 쉬 교수는 1996년 펴낸 '올멕 문명의 기원(Origin Of the Olmec Civilization)' 이란 책을 통해 본격적으로 중앙아메리카 문화의 모태로 여겨지는 올멕 문화에 중국 상왕조의 영향이 깊게 미쳤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제시했다.
이 책에 따르면 1850년대 멕시코 베라크루스주의 라 벤타에서 발견된 거대 석두상에는 이마에 우(雨)자의 상형문자인 소(小)자가 새겨져 있다. 또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경계비에는 갑골문자로 된 전(田), 산(山), 일(日), 천(川)자 등이 쓰여 있다.
또 1955년 라 벤타에서 발굴된 6개의 옥으로 된 제문석과 16개 부족장 제인들은 중국 상왕조가 고도로 발전시켰던 옥문화가 올멕 문명에 영향을 미친 증거라고 마이크 쉬 교수는 주장했다.
현재 멕시코 국립 인류학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라 벤타에서 발굴된 제문석에는 중국의 고대 불의 신과 농사의 신인 '염제신농(炎帝神農)'에게 제사를 바치자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는 점도 한 근거로 제시됐다.
또 올멕문명의 수도였던 라 벤타와 중국 상왕조의 수도 안양(安陽)의 건축물 중심축은 모두 북극성을 가리키고 있는 점 그리고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지방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고인돌이 올멕 문명 지역 내에서도 발견되는 점도 마이크 쉬 교수가 제시하는 동이족의 중미 진출 가설을 증명하는 근거들에 포함됐다.
물론 고고학계에서는 올멕문명의 기원과 관련해 노르딕 등 북유럽계의 진출설과 아프리카 흑인의 진출설 등 다양한 이견이 제기되고 있고, 동이족 진출설은 아직 소수설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미국 시카고에서 활동하면서 마이크 쉬 교수의 연구를 오랜기간 분석해온 재미 민간사학자 유광언씨는 다른 견해를 보인다.
유씨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마이크 쉬 교수가 제시한 다양한 근거들을 보면 동이족의 상나라가 주나라에 망한 뒤 피의 보복을 피해 북미대륙을 거쳐 중미로 넘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면서 "이에 대한 후속 연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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