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 해외진출·사업다각화 옳았다…시기ㆍ운 안따라"

입력 2017-03-19 17:22
김우중 "대우 해외진출·사업다각화 옳았다…시기ㆍ운 안따라"

"박정희 대통령 술 마시면 '우중아' 껴안기도"

"외환위기는 정부 잘못이지, 기업 잘못 아니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김우중(81) 전 대우그룹 회장은 19일 "대우그룹의 해외 진출과 사업다각화는 옳은 방향이었다"면서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꽃을 못 피웠다. 시기와 운(運)이 좋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보도된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킴기즈칸이라는 찬사를 받다가 모든 것을 다 잃었는데 너무 앞서나갔던 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18년 전인 1999년 해체된 대우그룹은 오는 3월22일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창업주 김우중 전 회장과 전직 '대우맨' 500여명은 이날 한자리에 모여 기념 행사를 갖는다.

김 전 회장은 섬유 수출로 사업을 시작해 금융, 건설, 전자, 중공업, 자동차, 조선 등으로 사업 영역을 급속히 확장했고 해외시장 진출의 가장 선두에 서서 '세계 경영'을 지휘했다.

김 전 회장이 1991년 국민차 '티코'를 생산해 전 국민에 자동차 보급을 꿈 꾼 것도 잘 알려진 일화다.

그러나 1997년 금융위기와 함께 시련이 닥쳤고 대우그룹은 하루아침에 공중분해 됐다.

김 전 회장은 대우 창립 50주년을 맞은 소회에 대해 "다 지난 얘기"라며 "요즘 베트남에서 대학졸업생들을 데려다가 가르치면서 옛날에 신입사원들을 직접 채용하던 기억은 많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 해체 이후에도 회자돼온 '대우정신'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나는 처음부터 남들이 하는 것은 안 했다. 내 스스로 해왔다"면서 "지금 생각해봐도 어떻게 그렇게 용감하게, 세계적으로 했었는지…하여튼 최선을 다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믿기 어렵겠지만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새로운 것에 도전을 많이 했다"며 "이왕 한다고 시작했으니 열심히 많이 했고 수출해서 돈 벌고 하니까 남들도 따라오더라. 새로운 곳으로 가면 또 따라오고. 하여간 재미가 있으니까 계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1967년 3월22일 창업한 대우의 역사는 '최초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대우는 국내 기업 최초로 남미(에콰도르), 아프리카(수단) 등에 진출해 제3세계를 개척했고 중국 시장에도 가장 먼저 진출했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의 해체에 김대중(DJ) 정부의 영향이 컸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당시 DJ 정부 경제관료와의 충돌이 격렬했던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외환위기 극복에 대한 관점 차이가 컸다"고 인정하면서 "당시 나는 전경련 회장으로서 재계를 대표해 DJ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을 많이 했는데, 불편한 감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구조조정 당시 '부채비율 200%'를 적용한 데 대해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코미디 같은 기준이다. 종합상사에까지 이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건 무리였다"며 "IMF도 이를 권유한 적이 없었는데 IMF 요구보다 과도하게 할 필요가 없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우사태 당시 대응에 대해 후회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가 외환정책을 잘못 써서 온 것이고 기업이 잘못해서 온 것이 아니다"면서 "대우는 수출 비중이 컸고 환율 변동에 대해 적극 대처했다"고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김 전 회장은 전임 정부들과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특히 박정희 정부와 '찰떡궁합'이었다고 소개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은 대우 센터 지하에 있는 일식집 '홍학'을 자주 찾았고 들를 때마다 연락을 줬다. 술 한 잔 드시면 '우중아'라고 부르며 껴안는 등 정이 많은 분이었다"고 말했다.

애초 우호적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돌아선 이유에 대해서는 "대우의 상황을 왜곡되게 보고한 경제관료들의 오도, IMF의 대기업 구조조정 압력, 외교적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권 시절 '대북특사'로 북한을 숱하게 오갔던 김 전 회장은 "북한에 20여차례 들어갔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나보다 김일성, 김정일과 많이 만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주로 베트남 하노이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김 전 회장은 "몸이 아파서 베트남에 가게 됐다"며 "1년에 절반은 베트남에서, 절반은 한국에서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과거를 돌아볼 때 후회되는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젊었을 때 집사람과 어디 놀러가고 그런 적이 없다. 나는 나대로 바쁘다보니 가족들을 잘 못챙긴 것 같다"면서 "요즘 집사람이 건강이 좋지 않은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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