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술핵 한국 배치 가능성 틸러슨 발언 민감 반응

입력 2017-03-19 17:07
러, 전술핵 한국 배치 가능성 틸러슨 발언 민감 반응

"무책임하고 긴장고조하는 발언"…1962년 쿠바 핵위기까지 거론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북핵 억제 수단으로 한국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발언에 러시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틸러슨 장관은 18일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자국 인터넷언론 '인디펜던트저널리뷰'에 한일 핵무장과 관련 "우리의 목표는 비핵화한 한반도이지만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며 "상호 억제를 위해 그것(한일 핵무장)을 검토해야 할지 모르는 환경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지역에 있는 모두가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등이 옵션에서 배제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관련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위원장 빅토르 오제로프는 이날 자국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무책임하고 국제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제로프 위원장은 "한국과 일본으로의 전술핵 배치가 러시아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분석할 것"이라며 "우리 군사지도부는 필요시 안보 확보를 위한 제안들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일에 전술핵무기가 배치되면 러시아가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는 미국이 북한 위협을 구실로 아시아 지역 군사 진출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이 이러한 과정의 참여자가 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오제로프는 이어 "틸러슨 장관의 최근 발언을 볼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핵강국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핵강국이란 (군사적) 우위를 의미할 뿐 아니라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62년 소련이 핵탄도미사일을 쿠바에 배치하려는 시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대치하여 핵전쟁 발발 직전까지 갔던 위기를 상기시키며 미국이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옛 소련이 미국 인근 쿠바에 핵무기를 배치하려 했을 때 국제적 위기로 이어졌으며 냉전의 중요한 순간이 됐다"면서 "미국이 북한 위협을 구실로 러시아와 인접한 일본과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려는 것은 역사적 실수를 되풀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콘스탄틴 코사체프도 "비핵국가인 한국과 일본으로의 핵무기 이전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직접적이고 중대한 위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제1부위원장 블라디미르 드좌바로프도 한국과 일본에 핵무기가 등장하면 이는 NPT 조약 위반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와 마찬가지로 이들 국가에 대해서도 국제적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중국이 자국 인근에 새로운 핵보유국이 등장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틸러슨의 제안은 국제적 지지를 얻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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