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북핵해법 평행선…中"대화해야" vs 美,北과 대화 언급안해(종합)
"북핵 해결에 공동 노력" 공감속 美, 중국역할론 강조…中, 6자회담 제시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외교장관들이 18일 베이징(北京)에서 머리를 맞대고 북핵 해법을 논의했으나, 의견 일치에는 실패했다.
양국은 내달 초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의식한듯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서로 다른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은 '대화와 협상'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고, 미국은 북한이 '더 좋은 길을 선택하게 하여야 한다'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며 더 강한 대북 압박을 요구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을 통해 내달 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도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원론적인 확인에 그쳤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한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기대수준에는 크게 못 미쳤다.
왕이 부장은 "우리는 미국 측과 소통과 조율 유지를 원하며 틸러슨 장관과 한반도 핵 문제를 오랫동안 토론했다"면서 "물론 한두 번 의견 교환만으로는 합의가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큰 방향으로는 이미 기본적으로 합의했고 틸러슨 장관의 말처럼 한반도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굳게 생각한다"고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도 "우리는 공동 노력을 통해 평양의 방향을 조정하고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게 하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양측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팽팽하게 맞선 흔적이 역력하다.
왕 부장은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견지를 재천명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요청으로 3자 회담을 추진했고 그 후에 6자 회담으로 확대됐다"면서 6자 회담 재개 의지를 피력했다.
틸러슨 장관이 일본과 한국 방문에서 밝힌 "비핵화 전에는 북한과의 대화는 없다.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는 6자회담 불가 입장과는 정반대의 해법을 내놓은 것이다.
중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모든 걸 책임지라는 '중국 역할론'을 강하게 부정하면서 6자 회담으로 탈출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6자 회담은 한국, 미국,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해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다자간 대화 틀이다. 2003년 만들어졌으나 2008년 12월 중지된 뒤 2009년 4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유명무실해진 6자회담의 틀을 복원하자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설득해 이 테이블에 앉히겠으니 미국도 한국과 함께 다시 참여해 6자 회담을 재개하자는 구상이다. 최근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이 중국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베이징에 와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던 것도 이를 위한 정지 작업이었다는 분석도 있고, 중국은 러시아와도 '사드 반대' 연대를 형성하고 있어 보인다.
애초 6자회담은 미북 회담만을 고집하는 북한을 끌어들이는 것이 관건이었으며, 당시 중국은 '말을 듣지 않는' 북한에 원유 공급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동원해 북한을 참여시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은 이미 북한을 설득해 회담장으로 이끌 준비를 마친 반면 미국이 비핵화 조건 없이는 북한과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다. 한국과 일본 역시 미국과 공조를 약속한 터여서, 한미일 3국이 6자회담에 선뜻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미국은 6자 회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상황이며 틸러슨 장관 또한 18일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대화'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중국과 함께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중국 책임론'에 무게를 실었다.
틸러슨 장관은 "20여년간 우리가 해온 노력은 아직 북한이 핵무기 위협을 중지하도록 만들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공동 노력을 통해 북한 정부를 공동 설득해 더 좋은 길을 선택하게 하여야 하며 북한 국민을 위해 더 좋은 미래를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나오도록 중국이 미국에 필적하는 강력한 대북 제재 의지를 보여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과거 6자 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접근이 시간 낭비에 불과했다고 평가하고 있어 북한 문제에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을 압박해 이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이 반영돼있다.
틸러슨 장관이 이번 방중 기간 중국을 향해 북핵 문제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경우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 등 경제적인 측면의 카드를 내밀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내달 미·중 정상 회담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국으로선 틸러슨 장관의 북핵 관련 중국 압박 공세에 공동 협력을 강조함과 동시에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음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왕이 부장은 "6자 회담 중단 후 미국을 포함한 안보리 이사국들과 일련의 북한 결의를 추진했고 이는 북한의 핵 개발 프로세스를 억제하고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발휘했다"면서 "중국과 미국은 전면적으로 모든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게 집행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올해 북한산 석탄 수입 중지 등 유엔 안보리 결의안 이행을 충실히 이행했으며, 외부에서는 보는 것처럼 북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틸러슨 장관에게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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