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속담인데" 트럼프, 출처 불명 문구 인용에 '망신살'
성패트릭 데이 오찬장서…라이언 하원의장은 '거품없는 기네스' 축사로 빈축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일랜드 정상과의 오찬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문구를 아일랜드 속담인양 인용해 구설에 올랐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일랜드 국경일인 '성 패트릭 데이' 전날인 16일 미 국회의사당에서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와 오찬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장에서 "여기 아일랜드 친구들과 함께 있다 보니 이 속담이 생각난다"면서 "정말 훌륭한 속담이다. 아주 오랫동안 이 속담을 들었고, 이것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실하지 못한 친구를 잊어야 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당신 곁을 지키는 사람들을 기억해야 함을 절대 잊지 말라"고 해당 문구를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트위터엔 아일랜드인을 중심으로 네티즌들을 '이 유명한 속담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꼬는 게시물을 올렸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문구의 출처가 불확실한 가운데, 나이지리아 출신의 시인 알바시르 아담 알하산이 쓴 시의 구절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명한 시를 모아 놓은 사이트에 알 하산의 이름으로 이 시가 올라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백악관 측은 해당 문구가 지난 8일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자료 수집 차원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국무부에 이메일로 전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실제로 이 문구는 출처가 불분명하지만 많은 웹사이트와 (이미지 공유·검색 사이트인) 핀터레스트 게시판과 책 속에서 실제로 '아일랜드의 축하 인사'로 쓰인다"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이 문구가 아일랜드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으며 당시 문맥상 많은 사람이 그렇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이날 오찬장에서 아일랜드 맥주로 건배하는 과정에서 '실례'를 해 빈축을 샀다.
라이언 의장은 연설 도중 건배 제의를 하며 기네스 맥주 한 잔을 꺼내 들었다.
기네스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맥주로 생크림처럼 부드러운 거품이 특징이다.
WP는 아일랜드에 살았거나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어두운 빛깔의 이 아일랜드 맥주 위 항상 크림이 가득하고 두꺼운 흰 거품이 있어야 하는 게 원칙이라는 것을 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미리 맥주를 따라둔 라이언 의장의 잔에서는 그 같은 거품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행사장에 있던 모든 아일랜드인은 이 '비열한 맥주(despicable pint)'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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