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한국민은 매일 쿠바 미사일 위기…눈으로 확인"

입력 2017-03-17 21:06
수정 2017-03-18 08:24
틸러슨 "한국민은 매일 쿠바 미사일 위기…눈으로 확인"

외교부 당국자 "현장 중시 CEO스타일…이해력 스펀지 같아"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첫 방한 일정으로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7일 "(DMZ 방문에서) 그동안 한국 사람에게는 매일 매일이 쿠바 미사일 위기라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배석한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틸러슨 장관이 회담에서 "상징적인 대북 메시지 발신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현장을 가서 본 것이 뜻깊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2년 구소련의 쿠바 미사일 배치에 따른 미국의 해상 봉쇄로 양국이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사태를 일컫는다.

이 당국자는 "틸러슨 장관이 방한 일정에서 중요하게 여긴 점은 한국과 북핵 문제를 알아가는 것, 한국이 당면한 안보 이슈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틸러슨 장관이 CEO 출신답게 현장의 경험을 제일 중요시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앞서 틸러슨 장관은 이날 오전 도쿄발 전용기로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블랙호크(UH-60) 헬기를 타고 곧바로 DMZ로 향했다.

틸러슨 장관은 소규모 취재진을 이끌고 DMZ를 방문한 뒤 별도의 대북 메시지를 내놓지 않아 방한 기간 다소 소극적 행보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은 윤 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모든 대북 옵션을 검토하겠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 당국자는 또 지난 2월 16일 독일 본에서 G20(주요20개국) 외교장관 회의 계기에 진행된 한미, 한미일 회담 당시 틸러슨 장관과 이날의 그의 모습을 비교하며 "틸러슨 장관이 스펀지처럼 이해력과 흡수력이 빠르다고 하는 데 정말 그렇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2월 회동) 당시에는 윤 장관과 25~30분 정도 대화하며 주로 듣는 모드였는데, 오늘은 북핵 문제에 대해 굉장히 이해가 된 상태에서 회담이 이뤄졌다"면서 "굉장히 상호적이었고, 어떤 부분은 틸러슨 장관이 송곳 같은 질문을 했는데 특히 중국을 견인하는 부분에 굉장히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6자회담 등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틸러슨 장관이 "저기 먼 지평선에서도 그런 기미(신호)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컨디션이 좋을 때는 대화를 검토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런 컨디션은 전혀 아니라는 의미"라며 "이런 식으로 틸러슨 장관이 아주 강하게 상황을 평가했다"고 부연했다.

이 당국자는 "그다음 수순은 앞으로 북한의 행태에 비춰서, 만약에 그런 컨디션이 형성되면 빛 샐 틈 없는 공조를 통해서 조율해나가자는 방향으로 얘기한 것으로 이해하시면 된다"고 평가했다.

다른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 대해 "양 장관이 외교장관 회담으로 보기에 어색할 정도로 굉장히 실무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했다"면서 "큰 틀에 담길 요소들에 대해서 서로 솔직한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또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사드 관련 보복에 대해 틸러슨 장관이 '불필요', '유감', '대국답지 못하다', '부적절' 등의 표현과 함께 구체적으로 '자제'(refrain)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중국에 촉구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외교장관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거릿 피터린 장관 비서실장과 마트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 수전 손턴 동아태 차관보 대리, 브라이언 훅 정책기획관, 리사 케나 장관 비서관이 배석했다. 우리 측에서는 김홍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태호 경제외교조정관, 이정규 차관보, 조구래 북미국장, 이상화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이 배석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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