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실패했다" 난민 억류하고 장벽 또 세우는 헝가리

입력 2017-03-17 19:32
"EU는 실패했다" 난민 억류하고 장벽 또 세우는 헝가리

인권침해 논란 억류 시설 최종 승인…총리·장관은 연일 EU 비난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난민 사태 해결 방식을 놓고 유럽연합(EU)과 대립했던 헝가리가 점점 더 강경 노선을 취하면서 EU 안에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독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야노시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은 모든 망명 신청 난민을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경 지대 컨테이너 수용 시설에 억류할 수 있도록 한 법에 최종 서명했다.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들까지 강제로 억류할 수 있게 한 이 법은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여당이 다수인 의회를 통과했고 대통령이 서명함에 따라 8일 뒤 효력을 띠게 됐다.

EU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망명 신청 난민을 특정 시설에 강제 억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EU 회원국인 헝가리는 일사천리로 법안을 밀어붙였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또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세르비아 국경 지대에 짓는 제2의 난민장벽이 5월 중 완성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장벽이 완공되면 터키에서 밀려오는 난민들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장벽과 나란히 짓는 150km 길이의 새 장벽은 야간 카메라, 열 감지기 등 첨단 장비가 설치된다.

오르반 총리는 EU가 터키와 난민 송환협정을 맺은 것은 패착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친정부 집회 문제로 독일, 네덜란드 등과 갈등을 겪는 터키가 난민 송환협정을 위협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EU-터키 송환협정을 '반쪽짜리 해결책'이라고 언급하면서 처음부터 실패가 예상됐던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헝가리는 반 난민, 반 EU를 내건 오르반 총리가 4번째 총리직에 도전하고 있어 지지층을 결속하기 위한 EU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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