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선일씨 운구한 예비역 장교, 국가유공자 소송 2심도 패소

입력 2017-03-18 08:00
故김선일씨 운구한 예비역 장교, 국가유공자 소송 2심도 패소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이라크 무장세력에게 피살된 고(故) 김선일씨 시신 수습과 운구를 도왔던 국방무관 출신의 예비역 장교가 우울증 등을 이유로 국가유공자로 등록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2부(김용석 부장판사)는 예비역 중령 A씨가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남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보훈보상 대상자 요건을 넘어 국가유공자로서 조건을 충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1983년 소위로 임관한 A씨는 군 생활 중 지뢰가 터져 선배 장교와 부하 병사들이 숨지는 모습을 목격하는 등 여러 사건·사고를 겪었다.

특히 A씨는 김선일씨가 2004년 6월 이라크 무장단체에 피살당하자 시신을 운구하는 일을 도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시신이 바뀌지 않도록 여러 차례 상태를 확인하는 등 정서적으로 힘든 일을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귀국해 군 생활을 계속하던 A씨는 2010년 건망증으로 기억력이 저하되는 등 증상을 보여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결과 우울증 의증 진단을 받았다.

결국, 2012년 중령으로 전역한 A씨는 2014년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이유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보훈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씨는 "이라크에서 국방무관으로 근무하던 중 수행한 업무 때문에 우울증과 PTSD가 발병했고, 당시 업무는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외에 파병돼 건설·의료지원·피해복구 업무를 맡았다가 다치거나 병에 걸리는 경우' 유공자로 등록할 수 있는데, A씨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울증·PTSD와 업무의 연관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1심은 "설령 A씨가 맡은 일이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A씨는 직무수행 중 실제 사고를 당하거나 머리에 손상을 입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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