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는 원초적 사회악…건강한 사회서 키울 책임 있어"
20년간 아동학대 예방 힘쓴 김정미 굿네이버스 본부장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아이들이 잘 자라고 건강한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게 어른의 책임입니다. 아동학대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가장 원초적인 사회악입니다."
김정미(47)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은 단호했다. 온화한 표정에도 '아동학대'를 얘기할 때는 강하고 분명하게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 본부장은 1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아동학대는 '누군가 아이를 죽였다' 이렇게 단순히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개인, 가족, 사회, 시스템 모두를 비춰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1996년부터 굿네이버스 아동학대상담센터에서 일해 온 명실상부한 아동학대 전문가다. 피해를 본 아이 보호와 예방 교육에 20여년을 바쳤다.김 본부장은 "일을 시작할 때 '아동학대'라는 용어는 학술적으로만 있을 뿐 사회적으로 쓰이지 않았다. 아이가 죽어도 '사망'이지 '학대로 인한 사망'이 아니었다"고 떠올렸다.
어렵사리 아동학대 관리 프로세스를 만들어 상담센터를 열었지만, 저항은 거셌다. '내 자식을 잘 키우겠다고 때렸는데 내가 무엇을 잘못 했느냐'며 항의하고 욕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는 "아이가 공부할 때마다 소리 지르고 때렸던 엄마가 있었다. 이웃의 신고를 받고 가니 '동네 사람들! 내가 나쁜 엄마래요'라며 울부짖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매번 어려운 마음으로 임했지만 김 본부장이 20년 넘게 아동학대에 매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 '아이들'이었다. 아이가 내딛는 변화의 발걸음을 보며 '사명감'은 더욱 깊어졌다.
김 본부장은 "학대당하고서 어떤 의사 표현도 하지 않던 아이가 '이거 싫어요', '하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할 때 너무 예쁘다, 아이에게서 힘이 자란 것을 느낀다"고 했다.
삐쩍 마른 몸에 맨발로 집을 탈출한 소녀, 친부와 계모의 '락스' 학대 끝에 숨진 원영이 등 아동학대를 향한 사회적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특히 정부는 2014년에 이어, 지난해 관련 부처별 대책을 모은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피해 아동 쉼터 등 인프라 확충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김 본부장은 "학대 사례가 늘어나고 위기 가정 개입, 조사나 대응 등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이 크게 늘었지만, 올해에는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한 곳도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이후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아동보호 체계를 더욱 촘촘하게 확립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떼어놓는 데 그치지 않고 가정을 바꾸고 다양한 치료·지원을 하기 위해서다.
굿네이버스는 아동보호 체계 연구를 바탕으로 통합 지원 전문센터 서비스 모형을 만들고 원가정 보호, 가정 재결합 프로그램도 계발 중이지만 역부족이다.
그는 "아동학대 근절 노력은 먼 미래를 두고 봤을 때 최고의 '가성비'를 나타낼 것"이라면서 "향후 대선주자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관심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6 전국아동학대현황'(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2만 5천873건으로, 이 중 1만 8천573건이 학대 사례로 판정받았다.
학대 유형별로는 정서적 학대가 3천556건(19.1%)으로 가장 많았다. 방임(15.7%), 신체 학대(14.6%) 등이 뒤를 이었다. 둘 이상이 복합적으로 벌어진 중복 학대는 48.0%였다.
가해자 5명 중 4명(80.7%)은 부모(친부모, 계부모, 양부모)였다.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것으로 판단되는 아동은 지난해 36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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