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아이들이 두려운건 '공습과 포탄'…한국은 '귀신'

입력 2017-03-18 07:25
시리아 아이들이 두려운건 '공습과 포탄'…한국은 '귀신'

구호단체 월드비전, 시리아 내전 6주년 맞아 설문조사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제 여동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무서워요. 제 꿈은 기자가 되는 것입니다."

아버지와 삼촌이 총에 맞아 세상을 뜬 모하메드(16)군은 살아남은 식구들과 함께 요르단으로 향했다. 너무 일찍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아버린 모하메드를 짓누르는 것은 여동생에게 언제든 안 좋은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모하메드는 480만명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 가운데 하나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만 6년간 이어진 이 전쟁으로 32만 1천358명이 숨졌다.

2011년 3월15일 남부 다라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를 기점으로 시작된 내전으로 모하메드의 가족을 비롯한 수백만 시리아인이 레바논과 요르단, 터키 등지로 탈출했다.

유엔난민기구 등에 따르면 등록된 시리아 난민 가운데 아동은 그 절반인 240만명에 달한다. 시리아 아동 10명 중 4명은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 6주년을 맞아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이 최근 발간한 '전 세계 아이들의 두려움과 꿈' 보고서를 보면 시리아 난민 아동이 처한 비참한 현실이 잘 드러난다.

월드비전은 시리아를 비롯한 전 세계 7개국 어린이들에게 두려운 것은 무엇인지, 꿈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나라마다 약 100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시리아 아동의 43%는 '안전을 위협하는 비행기 폭격, 폭탄'이 가장 두렵다고 응답했다. '가족을 잃는 것'이 두렵다는 아동도 15%나 됐다.

한국 아동의 47%는 '괴물과 귀신'이라고 대답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뉴질랜드 어린이는 '상어와 높은 곳'(38%), 캐나다 어린이는 '어둠과 거미'(7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지난해 연이어 테러가 발생한 독일 어린이들은 64%가 '전쟁과 테러'를 가장 두려운 것으로 지목했다. 아일랜드 아동은 31%가 '전쟁과 유괴되는 것'을 들었다.

꿈을 묻는 설문에는 한국 아동은 '좋은 직업과 아이돌 가수', 독일 아동은 '좋은 직업과 성공', 캐나다 아동은 '좋은 직업과 운동선수'라고 대답했다.

반면 시리아 아이들의 꿈은 소박했다. 응답자 절반이 '평화로운 세상, 집에 돌아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모하메드는 어릴 때 삼촌이 사다 주는 신문을 읽으며 기자를 꿈꿔왔다고 한다. 이제는 곁에 없지만, 삼촌을 기억하며 꼭 꿈을 이루려고 한다.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난민촌 청년들을 위한 잡지 창간을 준비 중인 모하메드는 "기자가 돼 난민 아이들의 목소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월드비전은 지난해 긴급구호로 아동 110만명을 포함해 시리아 난민 220만명에게 도움을 줬다.

거미보다, 귀신보다 폭탄이 더 두렵다는 시리아 어린이들을 도우려면 월드비전 홈페이지(www.worldvision.or.kr)를 통해 후원하면 된다. 매달 정기후원, 일시후원 모두 가능하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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