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최태원-궈타이밍, 손 잡고 도시바 반도체 인수하나
궈 회장 3년 전 의정부교도소 찾아와 최 회장 면회도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반도체업계 사상 최대 '빅딜'이 될 일본 도시바 인수전에 각별한 사업 파트너 사이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대만의 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鴻海) 그룹 회장이 손을 잡고 뛰어들지 관심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원전 사업 부실 등으로 총체적 위기에 몰린 도시바가 반도체사업 지분을 애초 20%에서 최대 100%까지 매각하기로 선회하면서 인수에 필요한 대금이 20조 원 안팎으로 치솟았다.이 때문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훙하이 그룹 계열사인 폭스콘,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 웨스턴디지털(WD), 사모펀드 실버 레이크 등 1차 입찰에 뛰어든 기업들 사이에 합종연횡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17일에는 정부계 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이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훙하이 그룹의 폭스콘이다. 대만 최대 부호인 궈타이밍 훙하이 그룹 회장은 최근 도시바 반도체 입찰과 관련해 "매우 자신 있으며 진지하다"면서 "이 기술(도시바의 낸드플래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는 끈질긴 집념으로 작년 2월 일본의 전자업체 샤프를 손에 넣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대만과 일본 등에서는 폭스콘과 SK하이닉스가 연대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 배경 중 하나로 두 그룹 총수 간 끈끈한 우정이 거론된다.
매년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 인연을 맺은 두 총수가 친밀한 사업 파트너가 된 것은 2011년 최 회장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삼성 타도'를 외쳐온 궈타이밍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를 대체할 공급사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하자 최 회장과의 관계도 급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 사이의 다리를 놓은 인물은 이홍선 TG앤컴퍼니 회장으로 전해졌다.
궈 회장은 2014년 6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의정부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최 회장을 직접 면회하기도 했다. 궈 회장은 당시 최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SK C&C 지분 4.9%를 인수했고, 이후 SK C&C가 SK㈜와 합병하면서 훙하이는 SK그룹의 지주사인 SK㈜의 4대 주주가 됐다.
최 회장이 2015년 8월 사면복권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하고 나서 첫 번째 해외 출장길에 만난 기업인도 궈 회장이다. 궈 회장은 중국을 거쳐 대만에 온 최 회장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만찬을 함께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작년 말부터 특검과 검찰의 출국금지로 발이 묶인 상태여서 궈 회장 등을 편하게 만나 도시바 인수를 놓고 머리를 맞대기가 여의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폭스콘과 같은 전략적 파트너보다는 재무적인 파트너를 더 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일본이 기술 유출을 우려해 외국 기업에 도시바 메모리를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며 "하지만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고, 그런 점에서 가깝기로 소문난 두 총수의 동향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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