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호남에서마저 차별·소외, '전북 몫 찾기' 나설 때

입력 2017-03-20 09:00
[지역이슈] 호남에서마저 차별·소외, '전북 몫 찾기' 나설 때

전북도 "49개 공공기관 중 45곳 호남권본부 광주·전남에 몰려"

"전북 정치·경제적 지분 2% 불과, 인사·예산·조직 분배돼야"

(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국세청, 보훈청, 신용보증기금, 근로복지공단, 한국소비자원….

전북과 전남, 광주지역 업무를 아우르는 '호남권본부'를 광주나 전남에 설치한 공공기관들이다.



이들 공공기관 49개 가운데 무려 45곳이 광주나 전남에 '호남권본부'를 설치했고 전북에서는 고작 4곳만이 운영되고 있다.

호남 속에서 빈약한 전북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호남 몫'으로 이름 붙여진 것의 대부분이 사실은 전남·광주 몫이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 호남권본부 둔 공공기관 49곳 중 45곳이 광주·전남권에 몰려

최근에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전북본부를 통폐합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그나마 남은 4곳도 온전치 못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피해의식이 발동하는 것이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이후 수도권과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개발이 이어져 오면서 호남은 오랜 차별과 소외에 시달려야 했다.

여기에 더해 전북은 호남 안에서의 차별과 소외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전북도민의 좌절감은 깊고도 넓을 수밖에 없었다.

전북 전주가 조선 시대 호남과 제주를 관장하는 전라감영이 설치된 3대 도시였고,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 된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7대 도시였다는 자부심은 온데간데없다.

전북도가 최근 핵심 과제로 설정한 '전북 몫 찾기'가 지역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이런 배경과 역사 인식 때문이다.



◇ 전남권 몫 뺏어오기 아니라 독자 권역 인정 요구

그렇다고 전북 몫 찾기가 호남 안에서만의 지분 또는 전남·광주 몫의 나눠 먹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호남의 분열, 전남·광주와의 배타적 관계로 이어질 수 있어 전북도가 가장 경계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호남 안에서도 차별과 소외가 일상화하고 있을 정도로 전북의 처지가 열악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자료일 뿐 본질은 정부가 전북을 '호남의 일부가 아니라 독자적 권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핵심은 국가 통합적 관점에서 균형성을 유지하고 자원배분에 있어 공정성과 형평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전북 몫 찾기는 도민이 쉽게 이해하도록 붙인 이름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광주·전남에 대해서도 "호남 안에서 전북 몫을 키워야 호남 몫이 커지는 것이고, 전북이 커지면 전남과 광주도 그리고 호남도 함께 커지는 것"이라면서 "균형발전을 통해 전북의 위상을 되찾자는 의미이지 전남·광주와 배타적 관계가 되자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전남권에 있는 호남권본부를 전북으로 옮기라는 것이 아니라 전북에 이와 별도의 지역본부를 두라는 얘기다.

◇ 인사, 예산, 조직, 공간 등에서 10% '지분' 요구

전북이 요구하는 '몫'은 인사, 예산, 조직, 공간 등 크게 4가지 범주다.

인사에서는 정부의 장관과 차관을 비롯한 고위직에서 균형을 기해달라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전북 출신 장관은 단 한 명도 없다. 차관도 겨우 4명에 불과하다.

역대 정권에서 가장 많은 장·차관이 있었던 노무현 정부 한때 8.2%로 반짝했을 뿐 소외는 일상적이었다고 전북도는 분석한다.

고위직 인사의 차별은 곧바로 국가 예산이나 지역발전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최소한의 지역균형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산에서는 국가가 우선하여 지역발전사업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최근까지도 광역시·도를 기본으로 한 재정과 산업 정책을 일관되게 펴며 낙후도가 갈수록 심화했기 때문에 이런 특단의 대책이 아니면 낙후성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직 측면에서는 전남권에 설치된 공공기관의 호남권본부를 분리해 별도의 전북본부를 설치하라고 요구한다.

공공기관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고려해도 전남권에 호남권본부를 둔 45곳 가운데 최소한 27곳은 별도로 전북본부를 둬야 한다고 본다.

주민 생활권과 경제권이 다르고 불편이 큰 곳이며, 공공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치·경제적 지분 2% 불과…2020 전북 대도약 프로젝트 추진"

내부적으로는 전북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도민이 자긍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전라도 1천년 프로젝트'와 '2020 전북 대도약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북 몫 찾기'가 구호에 그치지 않게 하려고 전북도는 세부적이고 지속적인 추진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캠페인과 토론회 등을 통해 범도민운동을 전개하고 대선 국면을 맞아 각 당 후보들에게도 이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기로 했다.

대선 이후에도 청와대와 정부, 주요 정당에 이를 끊임없이 요구하기로 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북은 국토의 8%를 관할하고 있고 출향인사를 포함하면 국민의 10%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정치적, 경제적으로 '지분'은 2%에 불과하다"며 "전북 몫 찾기는 우리의 정당한 몫을 되찾고, 이를 통해 균형발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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