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기업들도 '中 막가파식 제조업굴기'에 뿔났다
"보조금 등으로 시장교란…전세계 차원서 中 압박해야"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애플과 아마존, 구글, 인텔 등 미국의 대표적 IT기업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미국의 IT 정책 씽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중국의 장사꾼식 산업정책에 맞서 전 세계적 차원에서 대응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ITIF(Information Technology&Innovation Foundation)는 16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10개 제조업에서 국가대표 기업을 육성한다는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계획과 관련, 이런 중상주의적 산업정책은 세계 경제와 무역시스템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중국이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저히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이 계획은 2025년까지 중국의 제조업 수준을 독일과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로봇산업, 반도체, 전기차, 바이오의약품 등 10개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산 부품 자급률을 7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80%가 목표다. 외국기술에 대한 의존을 뚜렷하게 줄인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이런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들 분야 중국기업에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과 업계표준, 금융정책, 정부투자펀드 자금 등을 지원하면서 외국기업에는 핵심기술 이전을 압박할 것이라는 게 ITIF의 추정이다.
ITIF는 "미국은 유화정책으로도 경제적 국수주의로도 대응할 수 없다"면서 "중국이 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을 중단하고 공정한 조건에 따라 경쟁할 수 있도록 전 세계 각국과 연합해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미국과 호주, 캐나다, 독일, 일본, 한국, 영국, 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나서 중국이 근본적으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하라고 촉구했다.
ITIF는 중국 지도부에 이같이 불공정하고 해로운 정책은 처벌을 받지 않고 이행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 대신 중국 정부를 겨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처벌할 수 있겠지만, 보복이 두려워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미국상공회의소도 이와 관련, 별도의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이런 산업정책은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 어디서 혁신을 할지에 대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보조금 정책은 내수시장에서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증강하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상공회의소도 이와 관련 지난주 7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내고 이번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계획이 매우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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