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지시 의혹 논란'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사의 표명(종합)
"삼가는 마음 부족했던 것 아닌가 반성…조사결과 수용, 진상규명 기대"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방현덕 기자 = 일선 판사들의 '사법개혁' 관련 학술행사를 축소하라고 지시한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인 임종헌(58·사법연수원 16기)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차장은 최근 행정처에 법관 재임용 신청 의사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이달 19일 임관 30년을 맞는 임 차장은 임기 만료로 법원을 떠나게 된다. 판사는 10년 단위로 임기가 연장되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연장이 거부되지 않는다.
임 차장은 이날 전국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법관의 길에 들어선 지 꼭 30년이 되는 3월19일을 끝으로 30년의 법관 생활을 마치려 한다"며 "저에 대한 신뢰를 자신할 수 없게 되어버린 지금이 법원을 떠나야만 하는 때"라고 작별을 고했다.
그는 "평소 법원을 위해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날 것이라고 다짐하고 살아왔고, 이제 평소 믿음대로 진퇴를 결정하려 한다"며 "다만 그 순간이 이렇게 갑작스레 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다"고 토로했다.
임 차장은 "재판을 함에 있어서나 사법행정을 담당함에 있어서나 사심도 두려움도 없는 무사무외(無私無畏)의 자세로 임하고자 최선을 다했다"며 "하지만, 좀 더 살얼음을 딛는 듯한 자세로 삼가고 또 삼가는 마음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퇴직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번 일과 관련한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실 조사에 의한 결과를 수용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을 질 것"이라며 "사건의 경위와 진상이 신속히 규명되고 정의롭게 해결돼 법원이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임 차장은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전국 법관을 상대로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자, 지난달 법원 정기인사에서 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 난 이모 판사에게 이 단체의 행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 판사가 이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하자 행정처가 그를 원소속 법원으로 돌려보냈다는 의혹 역시 함께 언론을 통해 불거졌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행정처 차장이 해당 판사에게 그 같은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이 일부 법원의 판사회의 주제로 오르는 등 갈수록 확대되자 임 차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대법관 출신 이인복(61·연수원 11기) 사법연수원 석좌교수에게 진상조사를 맡긴 상태다. 이 석좌교수는 이날까지 진상조사에 참여할 적임자 선정을 위한 추천을 받는다.
그러나 임 차장은 직무 배제 이후 명예 실추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며 사직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차장은 이메일 말미에 "저의 퇴직인사에서만큼은 어떠한 의심이나 추측 없이 진심, 법원을 떠나는 아쉬움과 슬픔만을 읽어주셨으면 한다"며 "그 어느 법관에게도, 특히나 지나온 세월이 30년에 이른다면, 사랑하는 법원을 그만두고 동료 여러분을 떠나기로 하는 결정은 함부로 내릴 수 없는, 가슴 아픈 결단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청했다.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대법원 산하 핵심 조직이다. 대법관인 행정처 처장 바로 밑인 차장은 전국 사법행정을 지휘하는 중요 직책이며 일각에선 이 자리가 대법관으로 향하는 '핵심 코스'로도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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