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제송환된 한국 중소기업인, 2년 법정투쟁 물거품
원산지 표기원칙 위반 '미국 정부 상대 사기미수 혐의' 유죄평결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수출과정에서 빚어진 '원산지 표기' 문제로 미국에 강제 송환돼 2년간 힘겨운 법정투쟁을 벌인 한국의 유망 중소기업체 대표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16일(현지시간) 시카고 선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시카고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전날 국내 기계설비 제조업체 K사 대표 이모 씨(51)의 8개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을 내렸다.
충북 청원에서 K사를 운영하며 첨단기술 개발과 수출 실적 등으로 주목받은 이씨는 2009년 미국 14개 주 정부와 고성능 송풍기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2010년 일부 한국산 완제품을 '미국 내 조립'(Assembled in USA)으로 표기해 보냈다가 세관에 적발돼 제품을 압류당하고 벌금 및 계약 파기 행정 처분을 받았다.
미국 연방 검찰은 2012년 이씨를 '미국 정부 상대 사기 미수' 혐의로 기소했으나 이씨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2015년 1월 우연히 구속 영장 발부 사실이 드러나 3개월 만에 미국으로 넘겨졌다.
검찰은 "이씨가 허위 미국산 제품으로 연방 경기부양법(ARRA) 지원을 받는 계약을 성사시켰다"며 "이를 통해 130만달러(15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하려했다"고 말했다. 또 2011년 시카고 교외 바타비아에 있는 K사 미국 사무소를 수색, 한국산 송풍기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의 관공서에는 무조건 '미국산'(Made in USA) 제품만 납품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효했으며, 이씨는 이와 관련, 시카고에 지사를 설립하고 반제품을 미국으로 보내 조립한 뒤 납품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씨는 "급증한 수출 물량 때문에 일부 계약처의 납기일을 맞추기 어려워 내린 결정이었으며, 당시 처벌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줄 알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카고 지역에 사는 이씨의 고교·대학 동문들이 이씨가 첨단기업의 전문 경영인으로서 이룬 성과 등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씨의 대학 동문인 시카고 주민 황 모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주까지만 해도 '무죄 판결이 날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기뻐했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항소 가능성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씨는 미국 강제 송환 후 한 달간 일리노이 주 캔커키 교도소에 수감돼있다가 2015년 5월 보석으로 석방돼 미국 법원이 선임한 국선 변호인과 함께 본 재판을 받았다.
선타임스는 이씨가 유죄평결을 받은 8개 혐의에 대해 각각 최대 20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