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20세기 두 거장' 윤이상·불레즈 추모 무대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현대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두 작곡가 윤이상(1917~1995)과 피에르 불레즈(1925~2016)를 추모하는 공연이 열린다.
서울시향은 오는 24일 서울 광화문 세종체임버홀에서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윤이상과 피에르 불레즈를 기리며'를 연다.
서울시향이 2006년부터 진행해온 '아르스 노바'는 음악계의 동시대 경향을 소개하는 시리즈로, 작곡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 수상자이며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인 진은숙이 직접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윤이상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국내 음악계에서 재조명하는 분위기가 뚜렷한 작곡가다.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이념 논쟁에 늘 시달려 왔지만, 유럽 음악계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음악기법 및 사상을 융합시킨 세계적 현대음악가로 평가해왔다.
그는 유럽 현대음악의 첨단 어법으로 한국적 음향을 표현하는 데 도전했으며 작품 속에 동양의 정중동(靜中動·조용한 가운데 어떠한 움직임이 있음)의 원리를 녹여내기도 했다.
서울시향은 이번 무대에서 윤이상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협주적 단장(短章)'을 연주한다.
1976년 작곡된 이 곡은 8개의 악기를 위한 15분 길이 작품이다. 세 개의 악기 그룹(현·피아노와 타악기·목관악기)이 끊임없이 조화와 대립, 독립을 펼쳐나간다.
이날 공연에서는 작년 1월 세상을 떠난 프랑스 출신 유명 작곡가 불레즈의 곡들도 연주된다.
그는 전자 음악·음향을 연구하는 연구소 이르캄(IRCAM)과 현대음악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을 이끌었으며, 영국 BBC심포니, 미국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등에서 수석 지휘자와 음악감독 등을 지내며 세계 음악계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공연에서 연주되는 불레즈의 '피아노를 위한 12개의 노타시옹'은 스트라빈스키와 베베른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곡한 작품으로, 엄격한 규칙 내에서도 돋보이는 풍부한 표현력과 아이디어가 특징이다.
독일의 작곡가 요하네스 쇨호른이 '12개의 노타시옹'에 상상력과 다채로운 색채를 더해 작곡한 '앙상블을 위한 12개의 노타시옹'도 함께 연주된다. 이번 서울시향의 연주로 아시아 초연되는 곡이다.
현대음악의 권위자로 꼽히는 프랑스 지휘자 파스칼 로페가 지휘봉을 잡는다.
'아르스 노바' 시리즈는 오는 4월 1일 백병동, 버르토크, 라헨만 등 동시대 주요 작곡가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는 연주회 '현기증'으로 이어진다.
24일 공연 티켓 가격은 1만~3만원. 4월 1일 공연은 1만~5만원. ☎02-3700-6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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