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선거 개입?…"장더장, 리카싱에 中지지 후보 찍으세요"

입력 2017-03-17 11:25
中, 홍콩선거 개입?…"장더장, 리카싱에 中지지 후보 찍으세요"

'일국양제' 역주행 선거개입이라는 비판 나와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 권력서열 3위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李嘉誠) CK허치슨홀딩스(長江和記實業) 회장 부자에게 중국이 지지하는 행정장관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요구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장 위원장은 지난달 중국 선전(深천<土+川>)에서 리 회장, 아들 빅터 리(李澤鉅), 리처드 리(李澤楷)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중국이 지지하는 후보인 캐리 람(林鄭月娥·여) 전 정무사장(총리격)에게 투표하도록 요구했다.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위원 1천194명에 포함된 리 회장 부자는 장 위원장의 요구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회장 부자의 이런 결정은 그들 이외의 CK허치슨홀딩스 소속 선거위원 8명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리 회장은 애초 람 전 사장의 경쟁자인 존 창(曾俊華) 전 재정사 사장(재정장관 격)을 지지하는 것으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장더장의 특정후보 지지 요구가 사실이라면 홍콩선거에 개입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행정장관 선거에서 한 명의 후보를 공개 지지해왔던 리 회장은 이번에는 지지 후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리처드 리는 15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세계적으로 매우 많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중국 중앙 정부가 전적으로 신뢰하는 행정장관이 홍콩과 홍콩인에 더 큰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람 전 사장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는 중국이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위배되며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람 전 사장은 지난달 말 빅터 리 등 선거위원 580명의 추천을 받아 후보로 등록했으며 경쟁 후보인 존 전 사장과 우?힝(胡國興) 전 고등법원 판사는 각각 160명과 179명의 추천을 얻었다.

한편, 최근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정협 위원인 왕훙광(王洪光) 예비역 중장은 치안 강화를 위해 홍콩주둔 인민해방군 부대 병사들을 거리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는 가하면 펑칭화(彭淸華) 광시(廣西)좡족자치구 당서기는 작년 11월 의원선서가 불성실했던 친독립파 홍콩 입법회의원(국회의원격) 의원 2명이 자격 박탈 조치를 두둔하는 등 친(親) 중국성 발언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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