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 못 이겨 김치 훔친' 70대 사연에 도움 문의 쇄도
"요즘 세상에 밥 먹기 어렵다니" 돕겠다는 전화 수십통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5만원 식비로 한 달을 사는 70대 노인이 배고픔에 김치를 훔친 사연이 알려지며 도움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17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빈곤층 최모(70)씨가 시장에서 김치를 훔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전날부터 현재까지 '피의자를 돕고 싶다'는 시민들의 문의전화가 경찰서로 빗발치고 있다.
한 시민은 "요즘 같은 세상에 밥 한 끼 먹고 살기 어렵다니 믿을 수 없다"고 말했고, 다른 시민은 "1년에 한두 차례 쌀이라도 1포대씩 경찰서에 보내겠다"고 전달을 부탁하기도 했다.
최씨는 지난 14일 오전 0시 30분께 광주 동구 대인시장 한 김치 판매점에서 좌판에 진열해 놓은 5만원 상당의 김치 한 봉지를 훔쳤다가 붙잡혔다.
최씨는 김치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약 1㎞를 걸어 세 들어 살던 모텔로 향하다 봉지를 땅에 떨어트렸으나, 흙이 묻은 김치를 가져가 일부를 먹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가 고파 먹을 반찬이 없어 김치를 훔쳤다"고 진술한 최씨는 노령연금 20만원 중 15만원은 월세를 내고 5만원을 한 달 식비로 생활해 왔다.
하루에 한 끼도 챙겨 먹기 힘든 처치였지만, 최씨는 평소 시장상인에게 짜장면과 수박 등을 나눠주는 인정 있는 이웃이었다.
김치를 도난당한 시장상인은 이런 최씨를 기억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찰은 도움을 주기를 원하는 시민들의 연락을 접수해 최씨에게 도움을 받을 의사가 있는지 물어볼 예정이다.
주소가 다른 지역으로 돼 있는 탓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이 안 된 최씨를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의해 최씨가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광주 동부경찰서 위종윤 생활범죄팀장은 "비록 절도했지만, 처벌과는 별도로 경찰도 가능한 지원대책이 있는지 알아봐 도와줄 예정이다"며 "최씨와 함께 관할 동사무소를 방문해 기초생활 수급 대상이 되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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