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된 트럼프 反무슬림 발언…'반이민 제동' 법원 결정근거
더힐 "트럼프, 대선승리 안겨준 무슬림 금지 레토릭에 법원서 골치"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 2탄에 제동을 거는 과정에서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발언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과정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강경 발언이 결국 부메랑이 돼 임기 초반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핵심 정책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됐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6일(현지시간) '판사들이 (행정명령의) 여행 금지를 막는 결정을 하는 데 트럼프의 발언을 이용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법원 결정의 배경을 짚었다.
메릴랜드 연방법원은 이날 재판 기간 내내 수정 행정명령의 효력을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메릴랜드 연방법원 시어도어 추앙 판사는 2차 행정명령이 1차 때와 비교해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무슬림을 겨냥한 종교적인 의도가 없다는 미 정부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앙 판사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2차 행정명령은 여전히 무슬림 입국 금지를 실현하려는 오랜 바람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 여전히 확실해 보인다"면서 수정 행정명령이 '국가 안보'보다는 '무슬림 입국 금지'를 우선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또 "무슬림을 향한 반감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의 분명하고 직접적인 발언들과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막으려는 의도는 무슬림 금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행정명령이 발동됐다는 점을 분명하게 해 준다"고 강조했다.
전날 2차 행정명령의 효력을 한시로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린 하와이 주 연방법원 데릭 왓슨 연방판사도 추앙 판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왓슨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기간 발언들을 거론하며 "중요하면서 반박할 수 없는 종교적인 반감의 증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주장의 불합리성은 뚜렷하다"며 "전체 구성원을 겨냥하면서 특정 집단의 사람들을 향한 반감을 표현할 수 있다는 개념은 근본적으로 흠결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지지세력을 결집하고자 무슬림 입국 금지 등과 같은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반이민 강경 발언이 지지층 결집에 효과를 발휘해 결국 대선 승리에 도움을 줬을지는 모르지만 백악관 입성 후 정책 추진에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트럼프의 무슬림 금지 수사(레토릭)는 대선 승리를 안겨줬지만 법원에서 그를 괴롭히고 있다"고 전했다.
더힐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말의 중요성을 가르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집에서 (말이 중요하다는) 가치 있는 교훈을 배우지 못했을지 몰라도 국가 사법체계 안에선 확실히 배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1월 27일 이슬람권 7개 나라 국민의 입국을 90일간 불허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지만 큰 혼란과 논쟁을 낳은 끝에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입국 금지 대상 7개국 중 이라크를 제외하고 나머지 6개국 국적자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되 기존 비자 발급자와 영주권자는 입국을 허용하는 수정 행정명령을 이달 6일 내놨다.
법원은 수정 행정명령의 취지가 첫 번째 명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다시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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