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에 사드 보복까지…고양 화훼농가 '한숨만 나오네'

입력 2017-03-17 06:05
청탁금지법에 사드 보복까지…고양 화훼농가 '한숨만 나오네'

"중국 바이어 발길 끊어져"…"화훼농가, 점점 희망 사라지는 듯"

(고양=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성수기를 맞아 한창 물건들이 나가야 할 상황인데, 사드가 발목을 잡네요…"

중국이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수위를 높여가면서 경기도 고양 시내 선인장 등 다육식물 재배 농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로 매출이 반 토막 난 데 이어 최근에는 탄핵 정국 등으로 내수경기가 얼어붙은 데 더해 매년 이즈음 큰손 역할을 해왔던 중국 바이어의 발길까지 끊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다육식물 하우스에서 만난 고양 선인장연구회 이승국(50) 회장은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 얘기를 꺼내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 회장은 고양지역의 50여 다육식물 재배농가를 이끌며 덕이동에서 22년째 선인장 등을 재배하고 있다.

5천610㎡ 면적에 하우스 28개 동을 운영하는 그는 "지난달까지 50여 명의 중국 바이어들이 찾아 수출 상담과 계약을 했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 사드배치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회에서 올해로 5년째 중국에 다육식물을 수출하고 있다"면서 "지난주까지만 해도 중국 바이어 5개 팀이 찾아 수출 상담을 했었는데 이번 주에는 2개팀이 하우스를 둘러보고는 상담 없이 그냥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중국 수출로 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올해 3월 현재 4천만원 수준밖에 안 된다"면서 "중국이 사드 문제를 거론하면서 바이어들도 부담을 느끼는지 발길이 끊기고 문의 전화만 가끔 있을 뿐, 사실상 올해 수출은 물 건너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선 이달 말까지 중국 현지와 국내에 들어와 있는 바이어들의 상황 등을 지켜보겠다"면서 "중국 수출이 힘들다고 판단되면 회원 총회를 열어 일본, 대만, 필리핀 등으로 수출선을 변경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덕양구 성사동에서 11년째 다육식물을 재배하는 조옥화(57·여)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3천300㎡ 면적의 하우스 10개 동에서 선인장 등을 키우는 조씨는 "지난해 월평균 5∼6개팀의 중국 바이어들이 찾아 수출 상담과 계약을 했었다"면서 "올해도 지난달까지 월평균 2팀씩 찾아 수출 상담이 이뤄졌는데, 이달 들어서는 중국 바이어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매출이 반 토막 이상 났다"면서 "평생 농사짓는 일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최근 사드 문제로 더욱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조 씨는 "3월이면 각종 꽃과 다육식물들이 한창 판매돼야 할 시기인데 탄핵과 대선 등의 일정으로 내수시장이 얼어붙었다"면서 "겨우내 애지중지 키운 다육식물들을 수출하지 못하면 헐값에 국내 소매시장에 팔아야 할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덕양구 내곡동에서 21년째 다육식물을 재배하는 장용철(54) 씨는 "이렇게 힘든 상황은 처음인 것 같다"며 말끝을 흐렸다.

하우스 6동을 운영 중인 장씨는 "이달 말부터 중국에 수출할 생각으로 겨우내 키운 작물들이 찾는 사람이 없어 재고로 쌓일 것 같다"며 "청탁금지법, 최근 탄핵문제에 이어 사드 문제까지 겹치며 화훼농가는 점점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육식물은 사막이나 높은 산 등 수분이 적고 건조한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로, 줄기나 잎에 많은 양의 수분을 저장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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