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동차 연비규정 완화한다…오바마 환경규제 뒤집기
"오바마가 만든 셰일가스 관련 규정도 재검토"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의 자동차 연비 규정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환경규제를 속속 완화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디트로이트 인근 차량 개발·시험소인 미국이동센터(ACM)에서 열린 자동차 업계 간담회에서 "여러분이 미국에서 자동차를 다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연비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행정부는 산업을 죽이는 규제를 없애고 일자리를 위축하는 세금을 낮추며 모든 미국 기업과 근로자에게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주려 쉬지 않고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오바마 정부의 환경보호청(EPA)이 공포한 규정에 따르면 2025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평균 연비는 갤런당 54.5마일(약 23.2㎞/ℓ), 실주행 연비는 갤런당 40마일(17㎞/ℓ)가 돼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이런 기준이 합당한지 따져보겠다면서 EPA가 늦어도 내년 4월까지 이를 검토해 합당하지 않다면 새로운 방안을 내놓도록 했다.
스콧 프룻 EPA 청장은 "이런 기준들은 자동차 제조사와 미국민에게 비용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규정을 검토해 소비자와 환경에 모두 좋은 방안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엔 차량 연비 기준을 완화하려는 수순으로, 연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환경단체와 야당 민주당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인 척 슈머는 당일 성명을 내고 "중요한 환경보호정책을 폐지한 트럼프 정부의 첫 번째 조치"라면서 "잘못된 결정이며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보호단체인 시에라클럽도 "오바마 전 정부의 결정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연비규제 철폐 움직임에 대해 법적인 수단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은 자체적으로 강력한 환경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10여 개 주 정부와의 법적 다툼까지 예고한 것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 환경 규제를 완화해 "공해 유발 기업들에 부도덕한 선물을 준다"고 비난하면서 현재의 기준을 지키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에릭 슈나이더먼 뉴욕 주 법무장관도 별도의 성명에서 전 사회의 건강을 공해로부터 보호하려는 국가적 노력을 뒤집는 움직임이라고 비난하면서 뉴욕 주는 이 문제에 대해 메릴랜드, 오리건, 매사추세츠 등 9개 주 법무장관들과 연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미국 완성차 업계는 환호하고 있다.
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도요타 등 주요 기업들을 대표하는 미국자동차공업협회(AAM)는 "700만 명 이상의 자동차산업 종사자와 구매하기 쉬운 가격의 자동차를 찾는 미국민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환영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셰일 원유·가스 추출을 위한 '프래킹'(fracking·수압파쇄법)에 일부 제한을 둔 오바마 정부의 규정도 재검토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셰일층에 있는 원유나 가스를 물과 화학물질 등을 이용해 추출해내는 수압파쇄법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지하수 오염과 지진 유발 가능성에 우려를 사면서 논란이 돼 왔다.
이에 미 정부는 2015년 3월 수압파쇄법을 쓰는 기업들은 사용한 화학물질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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