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선 '트럼프' 안통했다…극우포퓰리즘 '찻잔속 태풍'(종합2보)
54.8% 개표…집권 자유민주당 32석 차지해 제1당 유지 vs 극우 자유당 19석 예상
佛대선·獨총선서 反EU·反난민 내세운 '포퓰리즘' 탄력 못받을 듯
4~5개당 연대해야 집권·VVD, 주도권…난항으로 상당 기간 걸릴 수도
(헤이그=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15일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 중간 개표결과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 자유민주당(VVD)이 전체 150석 가운데 3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상당한 격차로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또 '반(反) 유럽연합·반(反) 이슬람·반(反) 난민'을 내세워온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PVV)은 지난 선거보다 4석 늘어난 19석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작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유럽에서 확산 흐름을 보였던 극우 포퓰리즘은 이번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예상을 깨고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은 내달 23일과 오는 5월 7일의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및 결선 투표, 오는 9월 24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실시돼 유럽 극우 포퓰리즘의 파괴력을 가늠해보는 시험대나 리트머스 시험지로 간주돼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총선 결과로 볼 때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과 극우 성향의 후보들이 큰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오전 2시(현지 시간) 현재 54.8%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집권당인 VVD가 32석을 차지, 제1당을 유지하는 것을 비롯해 PVV와 기독민주당(CDA)·민주66당(D66) 각 19석, 녹색좌파당(GL) 15석, 사회당(SP) 14석 등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28개 총선 참가 정당 가운데 13개 정당 정도가 원내 진출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직전에 치러진 지난 2012년 9월 총선과 비교하면 VVD는 9석이 줄어들게 되는 반면에 빌더르스의 PVV는 4석, CDA는 6석, D66는 7석, GL은 11석이 각각 늘어나게 된다.
극우 정당인 PVV는 올해 1월초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35석까지 차지하면서 제1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고, 최근까지도 VVD에 이어 확고한 제2당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 개표 결과 4석 증가에 그치며 온건 중도 성향의 CDA, 온건 진보 성향의 D66와 나란히 공동 제2당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네덜란드의 트뤼도',' 네덜란드의 JFK'로 불리는 예시 클라버 대표가 이끄는 GL도 지난 선거보다 무려 10석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클라버 대표는 빌더르스 대표에 맞서 극우 포퓰리즘 광풍을 막는 '방풍막'이 되겠다고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GL의 약진은 4석 증가에 그친 PVV와 대비된다.
PVV는 선거 초반에는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집권하면 EU에서 탈퇴하는 것을 비롯해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폐쇄하고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금지하며 난민들에게 네덜란드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과격한 공약'을 내세운 것이 오히려 유권자들의 반발을 산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 막판에 불거진 이슬람국가 터키와의 외교분쟁도 결국 강경 일변도 대응을 요구한 빌더르스의 PVV보다 뤼테 총리의 VVD나 차분한 대응을 주문한 CDA, D66, GL이 유권자의 표심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뤼테 총리는 이날 밤 지지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VVD가 세 번 연달아서 네덜란드의 제1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미국 대선에 이어 실시된 총선에서 네덜란드는 잘못된 종류의 포퓰리즘을 멈추게 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총선 결과가 나옴에 따라 각 당은 연정 구성 논의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 어느 당도 20% 이상 득표하지 않아 4~5개 정당이 연대해야 집권에 필요한 76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정 구성 논의는 제1당인 VVD가 주도권을 잡고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 난항이 예상돼 최종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빌더르스 PVV 대표는 이날 밤 연설에서 연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앞서 주요 정당들은 PVV가 제1당이 되더라도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투표율은 지난 2012년의 74%보다 7% 포인트 이상 높은 82%에 육박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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