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해제된 부상 탈레반 대원 사살한 英 해병 살인죄 벗어

입력 2017-03-15 21:50
무장해제된 부상 탈레반 대원 사살한 英 해병 살인죄 벗어

재판부 "증오·복수심의 결과지만 스트레스와 적응장애서 비롯"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중상을 입고 무장해제된 탈레반 대원을 사살한 영국 해병이 '살인'(murder)죄를 벗었다.

영국 군사법정 항소심 재판부는 15일(현지시간) 살인죄가 인정돼 종신형을 선고받은 알렉산더 블랙맨(42) 상사에 대해 "정신이상에 의한 한정책임능력을 고려한 '비고의적 살인'(manslaughter)'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영국 해병 상사인 블랙맨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돼 일선 지휘소를 책임지던 2011년 9월 자신의 대원들을 이끌고 아파치 헬기의 공격을 받은 탈레반 대원 수색 임무에 나서 중상을 입은 한 탈레반 대원을 발견했다.

블랙맨 상사는 다른 대원의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한 뒤 대원들에 의해 무장해제된 탈레반 대원에게 다가가 가슴에 권총을 쏴 사살했다.

카메라에는 "내가 방금 (전쟁포로에 관한) 제네바 협정을 어겼다"는 블랙맨 상사의 목소리도 담겼다.

카메라에 담긴 영상이 1심 재판부에 제출됐고 2013년 재판부는 살인죄를 적용해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는 근대 영국에서 해외 작전 도중 행위로 살인죄를 선고받은 첫 영국군이 되면서 영국 내에서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의 행동은 탈레반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을 키운 결과라는 게 분명하다"면서도 "이전의 모범적 행동을 고려하면 스트레스와 이성적 판단 능력을 심각히 훼손한 적응 장애가 복합적으로 빚은 결과로 결론 내린다"고 판결 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일선 지휘소에 배치된 동안 매우 예외적인 스트레스를 겪었고, 이 스트레스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에게 점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정신이상에 의한 한정책임능력"을 고려해달라는 주장을 펴온 변호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블랙맨의 부인은 판결 결과에 "내 남편이 아프간에서 보냈든 끔찍한 기간에 겪은 상황들을 더 잘 반영하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재판부의 양형은 추후 나온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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